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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숙의 시시각각] 부동산 대책 잔혹사

중앙일보

2026.08.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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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숙 경제부장

조현숙 경제부장

벌써 네 번째다. 지난해 9월 7일 새정부 주택공급 확대 방안, 올해 1월 29일 수도권 공공주택 공급 확대, 5월 22일 비아파트 공급 대책에 이어 지난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까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1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름을 읊기에도 숨 가쁘게 주택 공급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세제개편안, 후속 조치까지 더하면 거의 매달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시장 반응은 뜨겁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다.

쏟아지는 대책 시장 더 혼란
60년 굳건 부동산 불패 신화
오락가락 대책으로는 못 깨

원래 부동산 대책은 이렇게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 게 아니었다. 1960년대 중반 이전만 해도 대책이랄 게 없었다. 전쟁으로 국토도, 경제도 만신창이가 된 마당에 재건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고, 그 흐름을 잇는 제3·6한강교(현 한남대교와 영동대교)가 지어지면서 강남 개발의 신호탄이 울렸다. 지금의 양재동인 말죽거리를 중심으로 당시 언론에서 ‘단군 이래 최대’라고 했던 부동산 투기 붐이 67년 서울을 달궜다.

한 평(3㎡)에 몇백원 하던 땅값은 수천원, 수만원으로 단숨에 튀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부동산 대책이 그해 5월 발표됐다. 신설 세법인 ‘부동산 투기 억제에 관한 임시조치법’이다. 부동산을 사고팔아 번 돈(양도소득)의 50%를 투기 억제세 명목으로 거두는 내용의 법은 속전속결로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세제개편안 발표 때도 말 많고 탈 많았던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이렇게 탄생했다.

노무현 정부 후반기인 2007년 국정홍보처는 『대한민국 부동산 40년』을 펴낸다. 대한민국 1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1967년부터 2007년까지 40년간 이어졌던 부동산 불패 신화와의 전쟁을 실록 형태로 써냈다.

책에 따르면 40년간 발표된 부동산 정책은 59건이다. 이후 토지거래허가제 실시(박정희 정부), 1기 신도시 건설(노태우 정부), 부동산 실명제 도입(김영삼 정부), 종합부동산세 신설(노무현 정부) 등 정권의 명운을 건 굵직한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지 못했다.

책은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망가진 신호등에 빗댔다. “부동산 시장이라는 얽히고설킨 도로에 제대로 된 신호등 기능을 해야 할 제도와 시스템들이 어떤 때는 빨간불에 건너지 말라고 했다가 상황이 바뀌면 빨간불에도 건너고 초록불에 건너지 말라고 한다. 부동산 열풍이 지나갈 때마다 허겁지겁 수신호로 시장의 무질서를 정리하기 급급했다.”

수년, 수십 년을 내다보고 설계해야 할 부동산 정책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면서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과 위기를 키웠다는 진단이다. 그로부터 20년이 더 지났지만 달라진 건 없다. 엉뚱한 기록만 깨졌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28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대책 발표 횟수로는 역대 정부 가운데 최다다. 5년 동안 대책의 양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만 증명했다. 2021년 주택매매가격은 9.9% 올랐다. 2007년(11.6%) 이후 14년 만의 최고 기록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안타깝게도 문 정부가 걸어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중이다. 한 달이 멀다 하고 나오는 부동산 대책과 뒤이은 혼란이 닮은꼴이다. 정부는 깜짝 공급 대책으로 용산공원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선발표 후 합의’에 나선 탓에 시장 안정은커녕 정치 공방에 불만 붙였다. 세제개편안도 마찬가지다. 비거주 1주택자까지 겨냥한 고강도 증세안은 여당 내부 반발까지 불러일으켰고 땜질 처방이 예고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전국 주택의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7710조원(시가총액)에 이른다.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95년 말 822조원과 비교해 10배 가까이 뛰었다. 망가진 신호등 아래 널뛰는 부동산 시장을 요란한 수신호로 붙잡기가 예전보다 훨씬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부동산 대책 잔혹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현숙([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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