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봉 안나푸르나(8091m)의 이름을 ‘님스다이 안나푸르나(Nimsdai Annapurna)’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네팔 현지에서 일고 있다. 님스다이는 지난달 브로드피크(8047m) 등반 중 눈사태로 사망한 네팔 출신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의 별명(님스다이는 ‘님스 형’이라는 뜻)이다.
19일(현지시간) 니르말의 고향인 네팔 므약디주의 자치단체는 최근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안나푸르나의 명칭을 ‘님스다이 안나푸르나’로 바꾸자는 안을 채택했다고 현지 매체 에베레스트 크로니컬이 전했다. 또 안나푸르나 남벽 아래 베이스캠프(4130m)에 그의 동상을 세우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자치단체는 조만간 가족과 협의를 거쳐 네팔 정부에 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니르말은 2019년 히말라야 8000m 14개 봉우리를 189일 만에 오르는 ‘프로젝트 파서블(Project Possible)’에 성공한 전설적인 산악인이다. 히말라야 등반 전에는 영국 구르카 여단과 특수부대에서 복무했다. 네팔 청년들이 꿈의 직업으로 치는 구르카 용병과 고산 전문 가이드 2가지를 모두 이룬 사람이다. 그의 고향인 므약디주는 다울라기리(8167m) 봉우리 아래 있으며, 안나푸르나와도 멀지 않다.
지난달 브로드피크 등반 도중 사망한 네팔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 [로이터=연합뉴스]
해당 자치단체의 개명 움직임은 니르말 푸르자를 기념하려는 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정말로 안나푸르나의 이름이 바뀔지는 의문이다. 산의 이름을 바꾸려는 움직임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지만, 본래대로 두자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 알래스카에 있는 데날리(Denali) 봉우리다. 데날리는 알래스카 원주민 말로 ‘높은 산’이란 뜻이다. 그러나 19세기 말 한 금광업자가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윌리엄 매킨리(미국 25대 대통령)를 지지하기 위해 매킨리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알래스카 주민의 끈질긴 노력 덕에 버락 오바마 시절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그러다가 2025년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마운트 매킨리(Mount McKinley)’로 개명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현지인과 산악인은 여전히 데날리로 부르고 있다.
안나푸르나(Annapurna)는 산스크리트어로 풍요의 여신이라는 뜻이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봉우리이면서 전 세계 트레커가 사랑하는 히말라야 8000m 봉우리이기도 하다. 포카라(해발 800m)에서 시작해 안나푸르나 남벽 아래(4130m)에 이르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ABC 트레킹)은 매년 수만 명이 찾는 인기 코스다. 덕분에 안나푸르나로 가는 길의 마을은 네팔에서 가장 부유한 곳 중 하나가 됐다.
지역 출신의 전설적인 산악인을 기리고자 하는 현지인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히말라야 8000m 봉우리의 이름까지 바꾸자는 제안은 무리로 보인다. ‘님스 형 풍요의 여신’은 너무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