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세종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해외 주요국의 금융감독기관은 대체로 금융 현장과 가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도나 금융중심지에 본부를 두거나, 본부가 떨어져 있으면 별도 거점을 두는 식이다.
미국 최대 금융중심지인 월스트리트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일 주요국 금융감독기관의 공개 자료를 종합하면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금융중심지이자 수도인 런던에 본부를 두고, 리즈와 에든버러에도 사무소를 운영한다. FCA는 런던 밖의 인재 확보 등을 위해 지역 사무소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중심지에 본부를 유지하면서 기능은 분산하는 방식이다.
일본 금융청(FSA)은 도쿄에서도 중앙부처가 밀집한 가스미가세키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에 더해 도쿄증권거래소와 금융회사가 밀집한 니혼바시에는 해외 자산운용사의 등록·감독을 담당하는 별도 사무소를 두고 있다. 프랑스 금융시장청(AMF)도 수도이자 금융중심지인 파리의 증권거래소 광장(Place de la Bourse)에 본부를 두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미국은 금융감독 기능이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는데, 자본시장 감독을 맡는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워싱턴DC에 본부를 두면서 금융중심지인 뉴욕에도 별도 거점을 운영한다. 특히 월스트리트 인근 뉴욕 지역사무소에는 검사·법 집행 인력이 배치돼 실제 감독 업무를 수행한다.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은 옛 서독 수도 본과 금융중심지 프랑크푸르트에 본부를 두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증권감독·자산운용 업무도 수행하며, 유로존 주요 은행을 직접 감독하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은 본부를 베른에 두면서 별도 사무소는 금융중심지 취리히에서 운영한다. FINMA는 2011년 취리히 사무소를 확대하면서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 팀을 취리히에 배치하되 법적·운영상 본부는 베른에 유지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처럼 주요국은 입지에 다소 차이가 있어도 금융 현장과 감독 기능의 접점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금감원의 세종 이전 시 현장 감독의 효율성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쟁점이다. 김상우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에 “현장검사를 위한 역(逆) 출장 비용이 급증하면 대출금리나 보험료가 올라 서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세종 이전이 결정되더라도 일부 현장 기능은 서울에 남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전하더라도 소비자보호나 검사처럼 현장 접점이 중요한 기능은 최소한 서울에 남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