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30대 송모씨는 정부가 신설한다고 발표한 ‘청년미래보금자리론’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했다. “인천에는 4억원 이하 아파트도 많은데 굳이 주거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쁜 빌라를 살 이유가 없다”며 “빌라는 아파트만큼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8·13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의 하나로 만 39세 이하 청년을 겨냥한 새로운 보금자리론 상품을 내놨다. 시가 4억원 이하의 빌라나 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를 사들일 때 연 3% 안팎의 금리를 제공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80%까지 열어주는 정책 대출이다. 이 상품을 활용해 집을 사도 생애 최초 LTV 우대 혜택이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데도 청년층 반응은 싸늘하다. “청년은 빚내서 빌라에 살라는 것이냐”는 불만이다. 이유 있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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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물가 25% 올랐는데, 빌라는 23%만 올라
2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6년 7월~올해 7월) 수도권·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소재 빌라(연립·다세대 주택)의 매매가격지수는 4% 내렸다. 10년 전에 지방에서 아파트를 매입했다면 가격이 3.4% 정도는 올랐지만, 빌라는 오히려 손해였다. ‘빌라는 자산 증식 효과는커녕, 매입 가격에 되팔 수 있을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청년이 많은 이유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도 빌라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을 막아줄 자산으로 기능하지 못했다. 최근 10년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5.5% 상승했지만, 전국의 평균 빌라 가격은 23.3% 오르는 데 그쳤다. 빌라도 서울에서 매입해야 물가 상승률 이상의 가격 상승(35.8%)을 기대할 수 있다.하지만 서울의 주거 선호 지역 내 빌라는 대부분 4억원이 넘는다.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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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상이 이미 아파트 거주…자가 평균 가격 4억 넘어
국무조정실이 2년마다 발간하는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도 청년층 반발의 이유가 드러난다. 이 통계에 따르면 전국 청년의 절반 이상(56%)은 이미 아파트에 살고 있다. 정부는 역세권 오피스텔 등을 청년보금자리론으로 살 수 있는 주택 유형으로 추천하지만,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청년은 6.2%에 불과하다. 이는 역세권 오피스텔이 많은 수도권도 비슷한 모습이다.
차준홍 기자
대상 주택을 4억원 이하로 잡은 것도 한계다. 실태조사 통계에서 자가에 거주하는 청년의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은 4억5211만원이었다. 서울의 경우에는 9억1443만원으로 올라간다. 이 가격도 2024년 실태조사 기준이다. 올해에는 이보다 더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청년보금자리론을 받아 집을 사도 현재 자가에 사는 다른 청년이 사는 곳보다 열악한 주택을 살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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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대상, 생활권별 중위가격으로 높여야”
자가 주택의 경우 전국 청년 10명 중 4명(39.7%)이 본인·배우자 명의로 집을 소유하고 있다. 만 30~34세 청년은 이들 부부 명의가 65.3%에 달한다. 이들은 부모님 대출과 본인이 저축한 돈, 은행 대출을 활용해 아파트 매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김주원 기자
차준홍 기자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대출 규제로 고소득 전문직 청년도 집을 못 사는 상황에서 4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거론하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며 “일률적으로 4억원 이하로 정하기보다 생활권별 중위 가격 정도로 높이고, 아파트도 대출 대상에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아파트를 원하는 청년은 LTV 70%를 적용 받아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수 있는 일반 보금자리론을 활용할 수 있다”며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비아파트부터 먼저 시행한 뒤 시장 상황을 보고 아파트 적용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