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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법관 22명 임명해야 하는데…‘서면제청’ 새 인선 가늠자 되나

중앙일보

2026.08.20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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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이 향후 대법관 인선 양상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을 직접 만나 후보자를 제청하던 관행을 깨고 서면 방식을 택했다.



노경필 “합의할 기회 없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각각 손봉기(60·사법연수원 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58·연수원 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제청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19일 “두 분이 만나서 합의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마지막 남은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면담을 거부해 손봉기 부장판사를 서면 제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장과 국회, 대통령에게 제청권과 동의권, 임명권을 부여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대법관 제청은 청와대와 대법원이 물밑에서 협상한 뒤 진행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두고 7개월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조 대법원장은 합의 관행을 깨고 제청권을 행사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과정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과정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 “제청권 본래 취지 살린 것”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제청권이 무력화되는 상황을 우려해 서면 제청을 강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정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청와대 측 입장을 받아들이면 사실상 제청권이 형해화된다는 것이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이제껏 ‘협의 관행’이란 이름으로 대법원장과 대통령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훼손돼 왔던 것”이라며 “오히려 조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본래 취지대로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55·연수원 26기) 서울고법 고법판사를 제안했으나, 대법원은 김민기 고법판사의 남편이 오영준 헌법재판소 재판관인 점 등을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법원이 박순영(55·연수원 26기) 서울고법 고법판사를 역제안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공전이 이어졌다. 법원 내부에서는 “협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청와대가 제안한 인물을 대법원장보고 제청하라는 취지 아니냐”(수도권 법관)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李 22명 임명…향후 대법관 인선 가늠자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번 서면 제청의 결말이 주목되는 건 향후 대법관 인선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2028년부터 매년 4명씩, 3년간 총 12명의 대법관이 늘어난다. 퇴임하는 기존 대법관을 포함하면 전체 26명 가운데 22명을 이 대통령이 임명한다. 조 대법원장이 내년 6월 정년퇴임하면 이 대통령이 후임 대법원장을 지명하고, 후임 대법원장이 새 대법관을 제청하는 구조다.

이번 사태가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의 임명으로 마무리될 경우 ‘대통령과의 합의 없이도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길 수 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협의를 관습적으로 해왔지만, 협의로 인해 대통령의 의중에 사법부가 종속될 위험도 있는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인사를 임명하지 않으면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돼서 이 대통령도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노 전 대법관 후임 임명이 무산될 경우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오히려 약화될 수도 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앞으로는 제청권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청와대는 물밑으로 협의라도 하던 관행이 의미 없어졌다고 판단하지 않겠냐”며 “차기 대법원장을 지명할 때도 청와대와 성향이 잘 맞는지 더 따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조수빈.최서인.김예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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