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많은 것을 대체하는 시대에 ‘옹고집전’은 가장 동시대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강훈구)
음악극 ‘옹옹옹’을 연출한 강훈구. 사진 국립극장
조선 후기 고전 소설 ‘옹고집전’이 현대적인 음악극 ‘옹옹옹’으로 재탄생한다.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으로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젊은 연극상을 받은 강훈구 연출과 서동민 작가가 다시 합을 맞췄다.
20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훈구는 “옹고집전은 고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짜 옹고집이 진짜 옹고집을 쫓아내는 이야기는 AI의 확산 속에 무엇이 진짜인지 알기 어려운 현재와 어울리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원작 ‘옹고집전’에서 욕심 많고 인색한 부자 ‘옹고집’은 도술로 만들어진 가짜 옹고집에 삶을 빼앗긴 뒤 고난 끝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본래의 삶을 되찾는다. ‘옹옹옹’은 사회가 정한 정상의 범주에서 밀려난 수많은 약자를 ‘또 다른 옹고집’에 빗댄다.
서동민은 “원작에서 탐욕스러운 ‘옹고집’은 물론 보통의 다른 이들도 쫓겨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사회가 내포하는 소위 ‘정상’에서 벗어난 이들의 이야기로 확장하려 했다”라고 전했다. 작품에선 비정규직 노동자나 난민, 장애인 등도 소재로 다뤄진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옹옹옹’ 앞에는 ‘음악극’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음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출신들로 구성된 ‘상자루’가 맡았다. 전통과 현대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은 이번 작품에서 전통 소리는 물론 록·힙합·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을 선보인다. 지코의 ‘아무노래’와 같은 인기곡이 극중 서사에 맞게 삽입되기도 했다.
음악극 ‘옹옹옹’에 출연하는 추다혜. 사진 두산아트센터
출연진도 눈길을 끈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수상팀 ‘추다혜차지스’의 보컬 추다혜가 ‘가짜 옹고집’ 역을 김솔지, 류세일, 지혜연 등과 번갈아 연기한다. 추다혜는 2024년 국립극장 공연 ‘맥베스’에서 소리꾼으로 참여했었다. 추다혜는 “그때는 거의 음악으로 참여했었고, 이번에는 배우로서 도전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섰다”라고 전했다.
‘옹옹옹’은 청각 장애인들도 즐길 수 있도록 수어 통역사가 참여하는 무장애 공연이다. 수어 통역사는 단지 수어만 전달하는 게 아니다. 배우의 연기 과정을 따라가며 농인 관객도 작품의 설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그림자 통역을 제공한다. 강훈구는 “이 작품에서 수어 통역사는 통역을 넘어 무대 퍼포머 역할을 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