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컨테이너선이 오는 22일 북극항로 항해에 나선다. 유조선이나 중량물 운반선이 아닌 컨테이너선이 북극항로를 시범운항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고차·자동차 부품 등 실제 화물 운송을 통해 북극항로의 안전성과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첫걸음인 셈이다.
지난해 9월 12일 촬영한 그린란드 누크의 유빙. 우상조 기자
해양수산부는 20일 “2758TEU급 컨테이너선인 ‘팬스타 아크로호’가 22일 부산을 출발해 북동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우,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차례로 기항하고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체 예상 운항 기간은 45일이다.
북극항로 중 북동항로는 알래스카 인근 베링해를 시작으로 서쪽 바렌츠해에 이르는 약 5600㎞ 구간이다. 러시아의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을 넘나드는 길로 활성화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해수부에 따르면 팬스타 아크로호는 22일 부산항신항을 출발해 30일경 북극해역에 진입하고, 내달 7일경 북극해역을 통과할 계획이다. 유럽행을 기준으로 북극해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약 8일이며, 북극해 운항 거리는약 6400㎞로 예상된다. 이후 9일 영국 펠릭스토우항, 1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15일 폴란드 그단스크항을 거쳐 10월 5일경부산항신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20일 부산 북항에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투입될 극지 운항에 적합한 내빙 성능을 갖춘 2800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정박해 있다. 이 선박은 22일께 부산항을 출항해 베링해협과 북극해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운항한다. 연합뉴스
선박에는 화학제품, 중고차,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화물 약 737TEU와 빈 컨테이너 100개 등 총 837TEU가 선적된다. 이수호 해수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실제 화물을 운송함으로써 북동항로의 기술·환경·상업적활용 가능성과 화주ㆍ물류기업의 이용 수요도 함께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3년 현대글로비스(유조선)를 시작으로 2016년 펜오션(중량물 운반선)까지 5차례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했지만, 연중운항의 불확실성 탓에 멈춰 섰다. 10년 만에 다시 시범운항을 재개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이 빨라지면서 북극항로의 뱃길도 넓어졌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부산항에서 출발한 화물선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가는 데 수에즈운하가 아닌 북동항로를 통과하면 운항 거리는 최대 40%(약 7000km), 운송 기간은 10일 이상 줄일 수 있다. 연료비도 절감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이동할 때 북동항로의 1회 운항 비용은 300만 달러(여름철 기준)로 수에즈 루트(383만 달러)보다 약 22%가량 저렴하다.
정부는 북극항로 중 캐나다 북부 해역을 지나는 북서항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국제협력도 추진한다. 지난 5일 울산항만공사와 한국해양진흥공사는극지운항 경험이 풍부한 네덜란드 해운기업과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극지항행정보와운항 경험을 공유하고, 북서항로를 통해 운송할 수 있는 화물 수요를 공동으로 발굴하는 등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