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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K전기차가 사는 방법

중앙일보

2026.08.2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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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산업부 기자

남윤서 산업부 기자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에 국내 자동차 업계가 위기를 느끼자 정부가 나섰다. 지난 7월부터 제조사가 국내 산업에 기여하는 정도를 평가해 중국 BYD·지커 등의 전기차엔 구매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그 덕분일까. 상반기 1만 대 넘게 팔리며 무섭게 성장하던 BYD는 7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38.8% 줄었고, 주력 모델인 ‘돌핀’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국산차를 위한 방어막이 일단 효과를 거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야를 밖으로 돌리면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올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BYD는 49만7000대를 팔아 81.4% 급증하며 폭스바겐·테슬라에 이어 3위에 올랐다. 37만 대를 판 현대차그룹은 시장 평균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면서 BYD에 3위를 내주고 4위로 밀렸다. 지커의 모회사 지리자동차도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판매량과 매출액을 기록했다고 한다. 더 이상 중국 전기차는 내수 시장의 힘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이미 포화 상태인 중국 땅을 벗어나 공격적인 해외 진출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지난 6월 ‘2026 부산모빌리티쇼’에서 BYD가 하이브리드 차량 ‘씨라이언6 DM-i’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 ‘2026 부산모빌리티쇼’에서 BYD가 하이브리드 차량 ‘씨라이언6 DM-i’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한국 자동차 산업의 주전장도 해외다. 현대차가 지난해 판매한 413만 대 가운데 국내 판매는 71만 대, 17%에 그친다. 국내 소비자에게 주는 보조금 같은 단편적 지원으로는 밖에서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물론 보조금은 경쟁력이 생길 때까지 시간을 버는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산업이든 정부가 영원히 보조금을 줄 수는 없다. 시간을 버는 동안 기업이 격차를 만들지 못하면 지원이 끝난 뒤 똑같은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더구나 한국 제조업이 싸우는 곳은 애초부터 보호막을 칠 수 없는 해외 시장이다.

우리의 주력 제조업 상당수는 중국과 경쟁해왔다. 석유화학·철강·조선·배터리 등에서 중국의 압도적 가격 경쟁력과 생산 능력에 밀렸다. 수출 2위 품목인 자동차에서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한 단계 높은 기술과 품질·생산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판매 보조보다는 기업의 연구 개발, 기술 투자에 대해 지원하고, 실증을 위한 규제들을 풀어주는 것부터다.

그리스 신화의 거인 안타이오스는 발이 땅에 닿아 있기만 하면 대지의 여신에게 힘을 받아 무적이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가 공중으로 들어 올리자 힘을 잃고 패배했다. 국산차가 더 많이 팔리는 정책보다는 국산차가 더 좋은 차가 되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국 땅에서 발을 떼어도 싸울 수 있다.





남윤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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