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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적극적으로 쓰라”면서 구독료는 알아서…이게 중기 현실

중앙일보

2026.08.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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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제조업체 직원이 유리 흡입기로 제품을 옮기고 있다. 김경미 기자

창호제조업체 직원이 유리 흡입기로 제품을 옮기고 있다. 김경미 기자


창호 제조업체를 10년 째 운영하고 있는 김 모 대표는 올해 초 공장에 비전 인공지능(AI)을 도입하려다 견적을 보고 포기했다. AI로 도면 규격을 확인하면 자동으로 유리를 재단하고 결과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도입하려 했지만 수억원이 넘는 비용이 과다해보였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AI 전환(AX)’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지만, 부품과 장비를 납품하는 중소 협력사들은 출발선조차 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단순히 비용 부족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제조업 공급망에 ‘AI 디바이드(양극화)’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의 AI전환을 담당하는 디엑스솔루션즈의 김광후 전무는 20일 “제조기업의 경우 AI 설비 1대 구입에 5000만원, AI 소프트웨어 설치에 8000만원 등 기본 3억원은 투자해야 AX가 가능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라며 “AI 전담 인력을 두는 것도 결국 비용이라 AI 전환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중앙일보가 지난 5월 한국여론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327개 대·중견·중소·공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AI 활용과 일자리 영향’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77.3%)은 10곳 중 8곳이 AI를 업무에 활용 중이라고 답한 반면 중소기업(28.9%)은 10곳 중 3곳만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이달 초 AI 교육업체 팀스파르타가 AI 교육 예산을 5000만원 이상 편성한 기업을 크기별로 나눠보니 대기업 38%, 중견기업 14%, 중소기업은 5% 미만이었다.

서울의 한 중소 제조업체 직원은 “올 초부터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회사에서 교육을 지원하거나 구체적인 사용법을 알려준 적은 없다”며 “초반엔 챗GPT 등 유료 구독 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했지만 경기가 나빠지며 이마저도 중단됐다”고 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걱정되는 건 중소 협력사의 AI 역량 공백이 산업 생태계 공급망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AI 기반으로 가공한 제조공정 데이터와 품질 기준 등을 협력업체와 공유해도 협력업체가 이를 처리할 역량과 시스템을 보유하지 못해서다. 공급망 밑단에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소화하지 못하는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상위 800대 제조기업에게 물으니 응답 기업의 91.5%는 “개별 기업을 넘어 공급망 전반의 AX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협력사의 디지털 인프라와 AI 활용 역량 부족(43.4%)으로 지원에 어려움을 겪거나 협력사의 AI 도입 비용 부담(17.5%)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답변도 나왔다.

이지연 중소기업중앙회 AI혁신사업팀장은 “기초적인 디지털 전환도 안 된 기업이 많다보니 쌓아둔 데이터의 절대량도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이미 확보한 데이터의 분류 작업마저 돼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원 연구교수는 “정부와 지자체, 대학 등 전문가 집단과 대기업 등이 함께 나서 공급망 단위의 AX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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