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한 달간 인턴으로 뛰어가며 세부적인 기능까지 맞춰준 덕분에, 비용 부담을 덜고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인공지능(AI) 도구를 완성했습니다.”
충북에서 의료·전자제어장치를 만드는 창명제어기술은 재고 데이터 분석 작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충북대의 도움을 받고 고민을 해결했다. 사진 창명제어기술
충북 청주의 산업용 전자제어장치 제조업체 창명제어기술. 직원수 50명이 안되는 이 기업은 수천 건에 달하는 도면 데이터베이스(DB)를 부품·치수·품번 별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게 오랜 숙제였지만, 예산과 전문 인력이 부족해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그러다 충북대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의 도움에 물꼬가 트였다.
김태경 충북대 경영정보학과 교수와 학부생 연구진이 공장 현장으로 달려와 작업자들의 애로와 요청을 듣고, 도면 DB를 정리·분석하는 인공지능(AI) 툴을 ‘뚝딱’ 완성해낸 것. 이창호 창명제어기술 상무는 “처음엔 ‘아직 학생들인데 해봤자 얼마나 하겠나’ 싶었는데 현장에서 곧장 돌아가는 AI 도구를 만들어내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감탄했다.
중소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 산업 현장을 지키던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공장 공동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어서다. 부족한 인력을 기술로 극복해야 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은 자금난과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장을 보유한 국내 중소·중견 제조기업 16만3273곳 가운데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곳은 19.5%(3만1782곳)에 그쳤다. 이마저도 대부분 기초적인 수준이라 스마트공장의 고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준홍 기자
전문가들은 지방 거점 국립대가 중심이 돼 지역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밀착 지원하는 방식을 현실적 대안으로 꼽는다. 대학생이 기업 현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검증된 인재가 유망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AI 전담 인력 자체가 아예 없는 지방 중소기업에는 대학생들이 현장에 투입되는 것만으로도 돌파구가 된다”며 “인력난에 허덕이는 유망 중소기업을 위해 취업 연계 프로그램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장태우 경기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지능정보융합제조연구센터장)도 “개별 대학이나 기업의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확산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인력양성 사업이 대학과 기업을 연계하는 실습형 문제해결 모델로 가야 지속가능한 산학협력 체계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중소기업이 AI를 도입했는데 생산성은 오히려 수작업보다 떨어지는 사태는 경계해야 한다. 일례로 치밀한 통합 계획(System Integration) 없이 작업 단계별로 각기 다른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관리 비용만 늘어날 수 있다.
장영재 카이스트(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그 대안으로 ‘표준 플랫폼’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스마트폰에 쓰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처럼 공장(제조환경)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통합 AI 시스템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 중소 제조기업들이 손쉽게 쓸 수 있는 표준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