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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제청 거부된 적 없는데…침묵하는 靑 딜레마

중앙일보

2026.08.20 13:00 2026.08.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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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0일 청와대가 원치 않는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사퇴 공세를 이어간 반면, 청와대는 침묵 속에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묘역을 참배한 뒤 취재진에 “김남준 홍보위원장에게 전국에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필수 게첩하라고 했다”고 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대법원장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론하며 “서면 제청하는 방법에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이날도 말을 아꼈다. 다만, 불편한 기류는 뚜렷했다. 표적은 이흥구 대법관(내달 7일 퇴임) 후임으로 제청된 전남 출신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보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대구 출신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집중됐다.

대법원은 그간 합의를 못했을 뿐 협의는 해왔다는 입장이지만,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는 손 부장판사에 관해선 대법원 측으로부터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제청된 후보자들이 모두 남성이라 기존 남성 11명과 여성 3명인 대법관 성비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도 청와대 내에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그동안 여성인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를 밀었지만, 대법원이 약 7개월간 시간을 끌고도 김 판사를 제청하지 않은 게 불편한 기류의 핵심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대법관 임명 절차는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헌법(104조 2항)에 규정돼 있다. 이론적으로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를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사전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임명을 거부할 경우 이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독립적인 제청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전례도 없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도 2023년 6월 박순영·정계선 대법관 후보가 제청될 경우 임명을 거부할 뜻을 내비쳤다가 논란이 돼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민주주의 파괴이자 헌법 파괴 행위”(박지원·5선) “대법관 후보자 선정 과정에 대통령실의 입김이 있었다”(민형배)고 비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해진 방침 없이 숙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사태, 협의를 건너뛴 유례없는 일방통보이기에 다른 관례들과 법률을 충분히 먼저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6월 8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촉발된 선관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4부 요인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6월 8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촉발된 선관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4부 요인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더라도 국회 과반 의석을 점유한 민주당(161명)이 낙마시킬 수 있다. 다만,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온다면 결국 인사청문회를 하고 판단하겠지만, 후보자 본인에게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내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손봉기 후보는 특별한 정치적 성향을 보인 적이 없고, 김명수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장 추천제를 통해 대구지방법원장을 지내는 등 법원 내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도 “후보자의 결격 사유가 아니라 제청한 대법원장이 문제라는 이유로 낙마시킨 예가 없다”고 말했다.

강경파들은 이날 “탄핵안은 이미 작성해 놨다”(김용민)며 조 대법원장 탄핵을 다시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집권당이 탄핵 카드를 꺼낸 건 헌정사상 없었다”며 “대내외 상황도 녹록지 않아 감성적으로만 접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준호.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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