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이 독주하는 국내 뷰티 유통 시장에 재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무신사와 신세계백화점, 현대홈쇼핑 등 유통망과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이 공격적인 매장 확대와 마케팅으로 고객 유입에 나서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4년 만에 국내 뷰티 유통 시장에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올리브영은 2022년부터 사실상 전국 뷰티 판매망을 장악해왔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던 ‘롭스’와 GS리테일의 ‘랄라블라’가 잇따라 철수하면서다. 업계에선 올리브영이 경쟁사들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평가했다.
20일 서울 성수동 일대에서 열린 무신사 뷰티 페스티벌. 사진 무신사
그러나 현재의 환경은 과거와는 다르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뷰티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관련 시장 자체가 커진 데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체험을 중시하는 소비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894만명으로, 전년보다 15.7%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건 화장품(71.3%)이었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 5조8335억원 가운데 28%가 외국인 고객으로부터 나왔다. 매장 수는 전국 1376개에 달한다.
올리브영에 전면 도전장을 낸 기업은 젊은 층에 패션 브랜드로 인지도가 높은 무신사다. 무신사는 다음 달 서울 홍대, 11월 성수와 제주 등에 잇따라 뷰티 단독 매장을 연다. 홍대점에만 700개 브랜드가 입점 예정이다.
무신사는 지난 4월 의류 매장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2층에 숍인숍 형태로 첫 뷰티 상설 매장을 열었다. 이곳의 매출은 4개월 만에 20% 증가했고, 전체 매출의 65%가 외국인 고객에서 나왔다. 역시 의류 매장 무신사 스탠다드 38개 점에서도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무신사 온라인 뷰티 스토어의 입점 브랜드는 2400개로, 올 상반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1% 급증했다.
20일 무신사 뷰티 페스티벌에 마련된 코스맥스 부스. 임선영 기자
20일 성수동에서 열린 무신사 뷰티 페스티벌에 마련된 뷰티 브랜드 부스. 임선영 기자
21일부터 사흘간 성수 일대에서 열리는 ‘무신사 뷰티 페스타’ 입장권은 48초 만에 매진됐다. 실제 20일 미디어데이에 방문한 페스티벌 현장엔 64개 브랜드가 참여해 다양한 체험·전시 행사를 준비중이었다. 온·오프라인 무신사 뷰티에서만 판매되는 인디 뷰티 브랜드 제품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 부스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사업을 통해 선발된 인디 뷰티 브랜드 20개의 대표 제품들이 소개됐다. 코스맥스는 이들 브랜드에 제품 기획과 연구·개발·생산을, 무신사는 판로를 지원한다.
올리브영은 성수에만 성수역점 등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성수동에 올 하반기 무신사 뷰티 전문 매장이 들어설 경우 유동인구가 많고 트렌드에 민감한 성수동의 ‘뷰티 주도권’을 놓고 양사의 격돌이 예상된다.
시코르 명동점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시코르의 뷰티 매장은 강남역·명동·홍대 등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21개 있다. 성수·안국 등에 신규 출점을 검토 중이고, 2028년까지 40호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명동점과 홍대점은 지난해 12월 문을 연 지 4개월 만에 매출이 두배 가량 증가했다. 두 매장의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을 웃돈다. 시코르는 화장품뿐 아니라 뷰티 디바이스 제품을 강화하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는 식으로 매장을 차별화했다.
현대프리미엄아웃렛 스페이스원점 내에 있는 코아시스 1호점. 사진 현대홈쇼핑
현대홈쇼핑의 뷰티 매장 코아시스는 40·50대 여성을 주요 타킷으로 전체 제품의 90% 이상을 스킨케어 제품으로 구성했다. 현대아웃렛 동대문점 등 총 4곳에 매장을 운영 중이고 다음 달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5호점을 연다. 경기 남양주시 현대프리미엄아웃렛 스페이스원점 내 코아시스 매장은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2000명 이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 인기가 워낙 높아 뷰티 매장이 초기에 자리만 잘 잡으면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