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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동생 번호 달고 재도약 꿈꾸는 이민규

중앙일보

2026.08.20 16:42 2026.08.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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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세터 이민규. 오산=김효경 기자

한국전력 세터 이민규. 오산=김효경 기자

창단 멤버로 원클럽맨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한국전력 세터 이민규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민규는 2025~26시즌을 마친 뒤 FA(프리에이전트)가 됐다. 배구계에선 팀에 남을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오산 한국전력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이민규는 “계속 고민했다.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다. 무엇보다 풀 경기를 뛰고 싶었다”고 했다.

그때 석진욱 감독이 새로 부임한 한국전력이 손을 내밀었다. 석 감독은 코치와 감독으로 이민규와 10년을 함께 했다. 이민규는 “한전에서 제일 먼저 연락이 왔다. 석 감독님과 오랜 기간 같이 있었지 않나. 그러면서도 감독님에 대한 생각만 하지 않고, 어느 팀에 내가 제일 녹아들지 생각했다. 한전은 어린 친구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석 감독 특유의 강훈련을 알고 있던 그는 “상상했던 만큼 힘들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미소지었다.

공교롭게도 한국전력은 이민규의 동생인 이민욱(은퇴)이 2019년부터 4년간 뛴 팀이기도 하다. OK에서 6번을 썼던 그는 동생이 삼성화재에서 쓰던 등번호(2번)로 바꿨다. 이민규는 “동생이 요즘 자영업(레스토랑 리틀 노작)을 하면서 힘들어하더라”고 웃으며 “요즘엔 동탄에서 같이 살고 있다. 예전보다 대화를 더 많이 나눈다”고 했다.

OK저축은행에서 6번을 썼던 이민규. 13년 동안 OK에 몸담았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OK저축은행에서 6번을 썼던 이민규. 13년 동안 OK에 몸담았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이민규는 2013년부터 OK저축은행에서 뛰며 우승도 경험했다. 정들었던 팬들과 작별하는 건 이민규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13년을 있었다. 애정이 많았다. ‘배신자’라고 할 수도 있는데 축하해주시는 분들도 많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부산에서 첫 경기를 하면 90도 인사를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이적하자마자 주장을 맡았고, 외국인 선수도 아직 합류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활약한 쉐론 버논 에반스(등록명 쇼)는 2028 LA 올림픽 티켓이 걸린 북중미 선수권에 캐나다 대표로 참여한다. 파키스탄 국가대표인 우스만 파야드 알리(등록명 우스만)도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에 나선다. 쇼는 9월 말, 우스만은 10월 초에나 온다. 이민규는 “외국인 선수들이 주축인데 지금 호흡을 못 맞춰 아쉽다. 어떤 공을 잘 때리고 어려워하는지 맞춰봐야 하는데 할 수 없다”고 했다.

장신(1m91cm) 세터로 국가대표 팀에도 갔던 이민규지만 최근 몇 시즌은 부침이 심했다. 부상도 있었고, 감독과 전술이 맞지 않아 벤치를 지킨 시간도 있었다. 이민규는 “아플 땐 회복하는 데 전념하면 되는데 뛸 수 있을 때 못 들어가면 더 힘들더라. 단순하게 ‘연습을 더 열심히 해서 잠을 편하게 자자’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세터 이민규. 오산=김효경 기자

한국전력 세터 이민규. 오산=김효경 기자


화려했던 어제를 돌아보기다는 지금에 충실하기로 했다. 이민규는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나 자신이 답답할 것 같다. 단순하게 오늘만 생각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멘털을 건강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FA로 영입됐지만 주전 자리가 보장된 건 아니다. 석 감독은 이민규와 하승우의 경쟁 체제를 선언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지만 연봉은 보장이 아닌 1년 계약(7억원)이기 때문에 매년 결과도 보여줘야 한다. 이민규는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 예전에도 감독님은 세터 교체를 적극적으로 하셨다. 그래서 더 동기 부여도 되고, 팀에 녹아들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이 가장 강조하는 게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는 것, 태도, 열정이다. 나도 그런 배구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효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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