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투수 토미 존이 타계했다. 향년 83세. 건강 악화로 호스피스에서 치료를 받아온 존은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자택에서 작별을 고했다.
1943년생인 고인은 1963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이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 등 6개 구단에서 뛰며 통산 288승 231패 평균자책점 3.34를 기록했다. 올스타로는 모두 네 차례 선정됐고, 2245개의 삼진을 잡았다.
선수로서의 업적도 뛰어났지만, 존은 의학적인 분야에서 더욱 확실한 족적을 남겼다. 현재 토미 존 서저리라고 명명되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의 시초가 바로 고인이다.
존은 1974년 왼쪽 팔꿈치 척측측부인대(UCL)가 파열되자 다저스 구단 주치의였던 프랭크 조브 박사로부터 오른쪽 팔뚝에서 떼어낸 힘줄을 손상된 인대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당시로선 상당히 실험적인 수술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조브 박사조차 수술 성공 가능성을 1% 정도로 내다봤다.
그러나 존은 UCL 재건 수술을 받은 뒤 1976년 마운드로 돌아와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수술 이후 거둔 승수는 164승이었고, 1977년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20승을 달성했다. 토미 존 서저리의 시대가 이때 열렸다.
이전까지 투수의 팔꿈치 인대 파열은 곧 선수 생명 종료의 뜻했다. 그러나 존은 검증되지 않은 실험적 수술에 자신의 팔을 내맡기고, 1년이 넘는 혹독하고 전례 없는 재활 과정을 묵묵히 버텨내며 수술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지난 17일 샌디에이고와 뉴욕 메츠의 경기를 앞두고 토미 존을 추모하고 있는 선수들. AP=연합뉴스
이후 수많은 후배들은 토미 존 서저리의 수혜자가 됐다. 1990년대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존 스몰츠를 비롯해 제이콥 디그롬과 류현진, 오타니 쇼헤이, 개릿 콜 등 내로라하는 투수들이 이 수술을 받고 재기, 아니 부활했다.
20년 넘게 현역으로 뛴 고인은 1989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어 미네소타 트윈스와 양키스 등에서 방송 해설자로 활동했다.
토미 존 서저리의 대가 조브 박사는 2014년 타계했다. 존은 지난 몇 년간 방광암으로 투병하다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치료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병세가 악화했는지 양키스 구단을 통해 팬들에게 편지를 남겼다. 서신에서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할 기회를 준 양키스 구단과 스타인브레너 가문, 그리고 26년의 선수 생활 동안 나를 지켜봐 준 모든 친구와 팬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또, 내 팔을 살려내 계속 공을 던질 수 있게 해준 조브 박사에게도 감사하다”고 했다.
고인의 부고를 접한 양키스 구단은 추모 성명을 통해 “존은 놀랍도록 오랜 선수 생활과 수술 후 이룬 업적으로 전 세계 수많은 선수의 운명과 진로를 바꿨지만, 정작 투수로서 보여준 탁월함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스포츠와 의학 분야의 선구자로서 남긴 위상을 포함해 존의 유산 전체를 기억한다”고 애도했다.
존은 세상을 떠나며 자신의 이름만 남기지 않았다. 후배들이 오랫동안 선수로 뛸 수 있도록 돕는 영원한 선물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