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기차에 이어 세계 버스·트럭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20일,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수치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전기 트럭과 버스 판매량은 처음으로 50만대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86% 증가, 그 중의 90%가 중국산이다. 나머지 10%는 미국·유럽·인도 순으로 나눴다. 전기차에 이어 전기 버스·트럭까지 중국차가 압도적으로 세계시장을 접수하고 있다.
중국 전기 트럭. 바이두캡쳐
중국에서는 이미 트럭 4대중 1대가 전기차
트럭은 오래도록 전기화가 가장 어려운 차종이라고 불렸다. 무거운 짐을 싣고 장거리를 달려야 하니 배터리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상식이었다. 중국은 그 상식을 허물었다. 중국 허베이성(河北省) 탕산(唐山)의 물류 기지는 점심시간이면 전기 중대형 트럭이 충전 스테이션 앞에 줄을 선다. 기사들이 차에서 내려 밥을 먹는 사이 배터리는 충전이 끝난다. "기름값에 비하면 전기료는 압도적으로 싸다." 전기 트럭을 선택한 기사들의 의견이다.
지난주 기자가 다녀온 장쑤성(江蘇省) 쑤저우(蘇州)에서는 낮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전기차를 충전하면 정부가 전기료의 50%를 보조금으로 돌려준다. 1킬로와트당 가격은 한화 60원 정도인 셈이다. 트럭 기사 대부분은 자영업자다. 연료비는 수익과 직결된다. 디젤을 전기로 바꾸는 것은 친환경을 위한 고려보다 생계와 수입에 직결된 문제다.
이젠 전기트럭이 새로운 접전지다
2025년 중국에서 팔린 트럭 4대 중 1대가 전기 트럭이었다. 2024년만 해도 10대 중 1대도 안 됐지만 1년 만에 시장이 뒤집혔다. 중대형 전기 트럭 판매는 2년 만에 5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전기 중대형 트럭 판매량이 디젤을 앞질렀다. 지난 12월 등록된 전동화 중대형 트럭은 4만5300대로 전체의 54%를 차지했다. 주요 제조사들은 2028년까지 전기 트럭이 중대형 트럭 판매의 50~8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중국 도시 버스의 전기화율은 98%다. 사실상 포화 상태다. 버스 시장은 이미 중국이 10년 전에 선점해 끝낸 판이다. 이제 성장 엔진은 트럭으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 기업 XCMG(徐工)·산이(三一 SANY)·FAW(中國一氣)·산시(陕西重型汽车)·위통(宇通)이 중국 전기 트럭 시장의 61%를 차지한다. 이들은 디젤 트럭 시장에서도 상위권이다. 기존 강자들이 전기화의 물결에 먼저 올라탔다.
충전 대기 중인 중국 전기 트럭. 바이두 캡쳐
내수 접수하고 글로벌로 나간다
중국 전기차 기업은 내수에서 검증된 기술과 비용 구조를 들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간다. 산이중공업은 올해 유럽과 중동으로 전기 중대형 트럭 수출을 확대했다. 버스 분야에서는 위통(宇通)이 유럽 최고 판매 전기 버스 브랜드 자리를 3년 연속 지키고 있다. 그리스·이탈리아·영국에 납품했고 카타르 공공버스의 70%가 위통이다. 위통은 칠레·멕시코·노르웨이·우즈베키스탄까지 판매망을 넓혔다. 카타르 정부는 아예 위통과 손잡고 현지 전기버스 생산 거점을 만들어 중동·북아프리카 시장을 함께 공략한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전기 트럭은 전기버스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답사한다. BYD·Farizon·산이·시노트럭 등 중국 전기 중대형 트럭 제조사 6곳 이상이 2026년 유럽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기업들이 유럽 전기 중대형 트럭 평균 가격인 32만 유로(약 4억7000만원)보다 30% 낮게 책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에서 쌓은 규모의 경제와 성숙한 배터리 공급망이 가격 경쟁력의 원천이다.
한국 시장, 중국 전기 트럭이 온다면?
한국시장에서 중국산 전기버스는 오래전 이미 입지를 굳혀왔다. 2021년 37.8%에서 시작해 2022년 42%, 2023년에는 54.6%까지 치솟았다. 한때 한국 전기버스 시장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었다. 뒤늦게 정부가 배터리 에너지 밀도에 따른 보조금 차등 지급 정책을 손봐서야 비중이 2024년 34%, 2025년 30%까지 떨어졌다.
그렇다면 만약 전기 트럭이 진출을 시도한다면 막을 수 있을까? 중국 제조사들이 국내 물류 기업을 타깃으로 저가 전기 트럭을 들고 들어올 경우, 한국 정부가 버스에서 그랬듯 보조금 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럭은 버스보다 민간 물류 기업의 구매 비중이 훨씬 크고 정책 개입의 여지가 좁다. 디젤보다 연료비가 싼 중국산 전기 트럭이 한국 물류 시장에 들어온다면 가격 논리는 정책보다 더 빠르게 작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