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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李 실명 저격, 靑 ‘유감’도 없어…정동영 “동북아 지각판 움직여”

중앙일보

2026.08.21 00:40 2026.08.21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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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청와대가 2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이 이재명 대통령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비난한 것에 대해 ‘유감’이란 표현 없이 “불필요한 비방을 멈추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우리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방적 언사는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북측은 불필요한 비방을 멈추고 한반도 평화공존을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여정은 전날 담화를 통해 이 대통령이 페이스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한 것을 겨냥해 “낯간지러운 소리로 아첨한다”고 비난했다. 이 대통령 이름을 직접 부르며 “안팎이 다른 이중적 언행”이라고 했고, 한국을 두고는 “그리도 즐겨하던 전쟁놀이를 못하게 된 서울의 가긍한 처지”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입장엔 ‘유감’이나‘무례’란 표현은 없었다. 지난해 8월 김여정이 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아니다”고 했을 당시 청와대가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왜곡해 표현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받았던 것보다 대응 수위를 낮춘 셈이다. 김여정이 2022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실명 저격했을 때도 당시 대통령실은 “매우 유감”이라고 했고, 2020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향해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고 공격했을 때도 청와대는 “매우 무례한 어조”라며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8월 19일 수요일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기술 업계 리더들과 회의 중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8월 19일 수요일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기술 업계 리더들과 회의 중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청와대가 이처럼 신중하게 표현을 골라 쓴 데는 최근 북·미 대화 재개 기류가 깔려 있다. 트럼프는 지난 15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2019년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난 사진을 올리며 “우리는 아주 잘 지낸다”고 한 것을 시작으로 연쇄적인 대북 유화 메시지를 냈다. 다음날엔 미 국방부에 한·미 연합연습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고, 17일엔 김정은이 자신의 대화 제안에 “응답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 시작해 27일까지 11일간 이어질 예정이던 ‘을지 자유의 방패(UFS)’는 닷새 만인 이날 종료됐다. 북한 공격 방어를 상정한 1부 연습만 실시하고 반격을 가정한 2부는 생략됐다. UFS와 연계한 대대급 이상 연합 야외기동훈련도 당초 계획한 14건 가운데 7건만 예정대로 진행된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 야외기동훈련 가운데 7건은 당초 계획대로 오는 28일까지 시행할 예정이며, 나머지 훈련은 한미가 협의해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시작한 대규모 한·미 연합연습의 본연습 일정을 단축하고 연계 훈련까지 조정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북한이 전날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10여 발 발사한 것에 대해서도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직후 “미국이나 동맹에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다”고 대응했다.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이 조기 종료되는 21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치누크 헬기와 아파치 헬기가 대기하고 있다.   지난 17일 시작된 UFS 연습은 당초 2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소 지시에 따라 훈련 기간이 11일에서 5일로 크게 줄었다. 연합뉴스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이 조기 종료되는 21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치누크 헬기와 아파치 헬기가 대기하고 있다. 지난 17일 시작된 UFS 연습은 당초 2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소 지시에 따라 훈련 기간이 11일에서 5일로 크게 줄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런 흐름을 북·미 대화 재개의 기회로 보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 장관으로서 지난 1년 동안 정말 답답했다”며 “아직 예단하긴 이르지만 불씨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의 지각판이 움직이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고위 당국자도 “트럼프 특유의 톱다운(Top-down)식 외교 스타일은 기존의 경직된 외교 틀을 깨고 새로운 대화 공간을 열어젖히는 역동성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이 고위 당국자는 “미국 국내적으로 북핵을 용인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 아니냐가 본질적 질문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인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중단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며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북핵 우선 중단론이다. 멈춰야 후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협상이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한에 그치고 한국을 겨냥한 핵 능력은 남기는 선에서 봉합될 수 있다는 우려엔 “우선 마주 앉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이런 합의를 막기 위한 한국 정부의 미국을 향한 최소 요구에 대해선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6대 종단 수장단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뉴스1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6대 종단 수장단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뉴스1

김여정 담화가 북·미 대화를 추진하며 한국을 배제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엔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소위 ‘한국 패싱’ 프레임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국 패싱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많을수록 우리 힘은 줄어든다”고 했다. 북·미가 왜 한국을 대화에 끼우겠느냐는 질문엔 “한국 없이 북·미 간 이뤄진다는 것은 너무 우리를 저평가한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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