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2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서 9점 열세를 뒤집는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15-11로 승리했다. 9점 차 역전승은 역대 KBO리그 최다 득점 차 역전승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역대 1위는 2013년 5월 두산 베어스전에서 10점 열세(1-11)를 13-12로 뒤집고 승리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보유하고 있다.
보고도 믿지 못할 ‘뒤집기 한판’이었다. 승부는 경기 초반 일찌감치 LG 쪽으로 기운 듯했다. LG는 1회초가 시작하자마자 무사 만루 기회를 잡은 뒤 1사 후 송찬의-문보경-구본혁-이주헌-홍창기의 5연속 안타를 앞세워 한꺼번에 7점을 뽑았다. 한화 선발 브루스 짐머맨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안타 6개와 볼넷 2개로 7점을 내주고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갔다.
기선을 제압한 LG는 3회초 무사 1·2루에서 2점을 더 뽑아 9-0까지 앞섰다. 한화가 4회말 가까스로 2점을 추격했지만, LG는 5회초 2사 2루에서 신민재의 적시타로 1점을 보태 10-2로 더 달아났다.
21일 9점 차 대역전극의 주역이 된 한화 문현빈. 사진 한화 이글스
그러나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숨죽이던 한화의 반격이 시작됐다. 한화는 5회말 심우준의 2루타로 물꼬를 튼 뒤 문현빈의 적시 2루타와 노시환의 밀어내기 볼넷, 채은성의 내야 안타 등을 묶어 3점을 쫓았다. LG가 11-5로 다시 달아난 6회말에는 2사 후 김태연의 좌월 솔로포와 강백호의 2타점 적시 2루타로 다시 3점을 더 추격했다. 여기까지 11-8.
그래도 한화는 멈추지 않았다. 7회말 볼넷 2개와 심우준의 안타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김태연의 희생플라이와 문현빈의 좌중간 적시타로 11-10까지 따라붙었고, 이어진 1사 3루에서 한지윤이 유격수 땅볼로 3루 주자 심우준을 불러들여 기어이 11-11 동점을 만들었다.
8회부터 사실상 새롭게 시작된 승부. 한화가 20안타, LG가 14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 결국 뒷심에서 이긴 한화가 웃었다. 8회초부터 필승조 이민우를 마운드에 올려 LG의 추가 득점을 막은 한화는 8회말 역전극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었다.
허인서와 이도윤이 1사 후 연속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고, 김태연이 중전 적시타로 12번째 점수를 뽑아 마침내 승패를 갈랐다. 이어진 1·2루에선 문현빈이 좌중간 적시 2루타를 터트려 14-11로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뒤이은 한지윤의 우전 적시타는 보기 드문 대역전극의 완벽한 마침표였다. 한화는 그렇게 7연패로 이어질 뻔했던 불안의 사슬을 끊고 잔뜩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21일 9점 차 대역전극의 발판을 놓은 한화 이민우. 사진 한화 이글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연패가 길어지면서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끝까지 경기장에 남아 함께한 팬들의 응원의 힘으로 선수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패를 끊기 위해 최선의 플레이를 해줬다”고 박수를 보냈다.
결승타의 주역이 된 김태연은 “선수들이 앞에서 기회를 만들어 준 덕에 나에게 운 좋게 좋은 찬스가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연패가 길어지면서 정말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들었는데, 이 승리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다음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