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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면 제청 후폭풍,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풀어야

중앙일보

2026.08.2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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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여당 대표까지 대법원 공세에 한 목소리



구원 얽매이면 대법관 임명 때마다 합헌성 의심 받아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어제 청와대는 법원행정처가 “대면 기회가 없어서 민정수석과 서면 제청에 합의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제청 방식은 협의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의 임명권이 훼손된 “헌정사 초유의 상황”이라며 진실 공방을 벌일 태세다. 여기에 여야가 참전하면서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원칙은 그야말로 시험대에 섰다. 앞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취임 후 첫 지시로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와 ‘민주의 황금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게 했다. 입법부를 주도하는 거대 여당의 대표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게 과연 ‘민주의 시대’에 맞는 모습인가.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에 대해 “대법관을 입맛대로 고르려는 이재명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대법관 제청 문제는 과거에도 논란이 되곤 했다. 정권 교체로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하지 않은 대법원장과 임기를 함께할 때 정치 성향 등을 이유로 제청권과 임명권이 충돌했다. 하지만, 이번이 유독 격렬한 것은 여권과 조 대법원장의 구원이 반영된 것이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일 때문이다. 여권은 조 대법원장의 파기환송을 정치개입, 심지어는 내란동조라 규정한다. 그런 규정이 타당한지도 의문이거니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법부 독립의 장치인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대통령은 대법관도 입맛대로 정하고 재판에서도 특혜를 누릴 수 있다는 오해만 커지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일 수 있다.

불과 3년 전 민주당이 정반대 주장을 펼친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 때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이 2명의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기 전 후보군을 추리면서 윤 전 대통령이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후보 2명이 배제된 일이 있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삼권분립을 무시한 민주주의 파괴”라며 “대법원장이 대통령 아랫사람이냐”고 반발했다.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의 일방통행 제청은 적절하지 않다”며 대통령의 임명권을 옹호했다. 여야가 뒤바뀌자 내로남불식 주장을 펴는 것은 그만큼 대법관 임명에서 견제와 균형의 헌법 정신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라는 얘기다. 현행 헌법(104조)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과 민주적 정당성, 입법·사법·행정의 견제와 균형을 보장하려 한 것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면담 관행이 깨진 책임을 어느 한쪽에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조율만으로도 사법부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의 의중이 임명 권력인 대법원장의 제청에 반영돼야 한다는 반론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여권이 대법원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헌 논란만 야기할 뿐이다. 향후 이 대통령의 국회 동의 요청과 국회 동의 등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맞춰 풀어가야 한다. 조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후보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다시 사법부 독립 훼손 논란을 부르고 그에 따른 사회적 불신을 키우게 되고 그 폐해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 대통령은 국가 신뢰 인프라를 지키는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대승적으로 풀어야 한다. 26명으로 증원된 대법관 중 22명(84.6%)을 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고 거기엔 내년 6월 퇴임하는 조 대법원장의 후임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함부로 삼권분립을 형해화하면 대법관 인사 때마다 사법부 독립 훼손을 의심받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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