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 신세계 영풍문고는 ‘오디세이’ 관련 서적을 찾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 출판사에서 출간한 ‘오디세이아’ 번역본을 모아놓은 매대 앞에서 책을 뒤적이던 50대 여성 지모씨는 “영화를 보기 전에 책으로 먼저 공부를 하고 싶어서 서점에 들렀다”고 말했다. 지씨처럼 책을 먼저 본 직장인 양모(33)씨는 “영화엔 일부 내용이 생략되거나 각색된 부분이 있었다”며 “이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어 영화를 본 후 책을 다시 펴서 읽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 13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자,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비롯한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서적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교보문고·영풍문고 등 주요 서점에는 ‘오디세이아’ 코너가 등장했다.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 등에선 “근처 도서관 어디에 관련 책이 있느냐”고 묻는 모습도 다수 포착됐다. 이날 예스24에 따르면 ‘오디세이아’ ‘오뒷세이아’ ‘일리아스’ 등 영화 관련 도서 5권이 종합 판매 20위 안에 진입했다.
서울 서초구 강남신세계 영풍문고의 도서검색대에 '오디세이'가 검색된 모습. 김정재 기자
특히 인기를 끄는 건 2000년대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홍은영 작가의 학습 만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다. 절판된 이 시리즈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리지널’로 불리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헌책방 커뮤니티인 ‘북아일랜드’에서는 전권의 평균 가격이 77만원에 달했다. 시리즈는 본편 20권과 특별판 5권 등 총 25권으로 완결됐지만, 홍 작가가 그린 1~18권은 작가와 출판사 간 인세 분쟁 이후 출판 정지 판결이 내려지면서 절판됐다. 영화 오디세이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15~19권에서 다뤄진다.
홍은영 작가의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이 1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당근마켓 캡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선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한 판매인이 “아껴서 봤고 깨끗하게 보관하고 있는 전권을 판매하겠다”며 100만원에 매물을 올려놓았다. 중고 거래 플랫폼을 수시로 들여다본다는 30대 여성 김모씨는 “만화책을 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데, 지금은 ‘부르는 게 값’인 수준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어렸을 때 버린 것이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른들이 책을 어린 시절의 향수와 추억을 떠올리면서 사느라 가격이 오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 작가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개정판 20권의 정가는 21만원 수준이다.
한 누리꾼이 스캔본이 업로드 된 블로그 링크를 공유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캡처
책값이 오르자 오디세이 관련 책의 ‘스캔본’이 유포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는 스캔본 공유 사이트 주소와 ‘토렌트’를 활용한 다운 방법 등이 자세히 적힌 정보도 올라와 있다. 반대로 일부 누리꾼들은 홍 작가의 블로그에 찾아가 해당 링크를 공유하며 “꼭 저작권 신고를 하시길 바란다”고 요청하는 내용의 댓글도 게시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불법 스캔본 등을 단순 시청한 것만으로는 형사처벌 가능성이 낮지만, 파일을 직접 내려받거나 유포하는 순간 처벌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한다. 법무법인 새별 소속의 안성열 대표변호사는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복제·게시·배포·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사람을 처벌하고, 원칙적으로 단순 시청은 처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불법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배포에 가담했다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