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5일 당시 김영록 전남지사 등이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남지역 의과대학 유치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36년간 전남도민의 숙원이던 국립 의과대학 설립이 목포대와 순천대의 대학 통합이 불발되면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광주시·전남도 통합 직후 직면한 국립의대 신설이 불발될 경우 향후 광주특별시의 각종 조직개편·행정통합 작업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광주시에 따르면 대학 통합을 전제로 국립의대 신설 협상을 이어온 목포대와 순천대가 교육부가 제시한 의대 신설 추진계획서 제출 마감 시한까지 통합의대 신설에 합의하지 못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6일 “2030년 의과대학 신설과 관련한 추진계획서를 20일까지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목포대와 순천대에 보냈다.
이병운 순천대 총장(왼쪽)과 송하철 목포대 총장이 2024년 11월 14일 대학 통합과 통합의대 추진에 전격 합의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목포대와 순천대가 교육부 마감 시한까지 통합의대 추진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의대 설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두 대학은 2024년 11월 대학 통합에 전격합의한 후 국립의대 설립을 함께 추진해왔다.
당시 전남도는 정부의 ‘글로컬(Glocal)대학 30’ 선정 대학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약속 등을 통해 두 대학의 통합과 통합의대 합의를 끌어냈다.
국립의대 설립은 30년이 넘도록 추진된 전남 지역의 최대 현안 중 하나다. 목포대가 1990년 정부에 첫 건의했고, 2007년 대선 공약으로 채택됐으나 무산됐다. 순천대는 1996년 의대 설립 타당성 조사를 시작으로 의대 유치에 역량을 모아왔지만 의대 설립에는 실패했다.
광주특별시 목포 등 서부권 정.관.시민사회가 지난 11일 광주시 무안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포대와 순천대의 조속한 통합과 국립의대 신설을 위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두 대학의 전격적인 통합이 불을 댕긴 전남의대 설립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선 당시 호남지역 공약을 발표하면서 “의대가 없는 유일한 광역지자체인 전남에 국립의대를 설립해 공공·필수·지역의료 인력을 직접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부는 ‘의과대학 없는 지역에 의과대학 신설 추진’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또 전남도와 경북도에 2030년 의대 정원으로 100명을 배정했지만 또다시 의대 설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로부터 받아낸 전남의대 신설 약속을 대학과 지역사회가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8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순천대 의대·대학병원 설립 전남광주동부권 범시민추진위원회가 개최한 궐기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이 순천대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함께 설립할 것을 촉구하는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의대 설립 불발은 향후 광주시의 각종 행정통합 과정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대학이 서로 의대를 가져가기 위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광주시와 신경전까지 벌였기 때문이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각각 전남 서부권과 동부권을 대표하는 국립대라는 점에서 지역민 간 갈등을 촉발시킬 뇌관으로 남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전남과 함께 국립의대 설립을 추진해온 경북도는 지난 20일 경국대 의대 신설을 위한 추진계획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의대 설립 작업에 뛰어들었다. 경북도는 민선 9기 출범 직후부터 ‘경국대 의대 설립 지원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의대 설립에 속도를 내왔다.
국립 목포대와 국립 순천대가 전남 지역 숙원인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대학 통합과 통합의대 추진에 전격 합의할 당시 작성된 대학통합 합의서. 중앙포토
광주시는 두 대학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자체 작성한 전남의대 신설 추진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또 “대학 통합을 전제로 의대를 설립하는 기존 방식을 변경해달라”는 등의 취지로 건의할 방침이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형배 광주시장은 “(두 대학의) 통합이 안 됐다고 해서 의대를 포기할 수는 없다. 어떤 형태로든 (의대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마감 시한이 지난 뒤 교육부의 입장을 듣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