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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밀착한 북·중… ‘훈풍’ 뒤에 숨은 계산은?

중앙일보

2026.08.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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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8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시 주석의 북한 국빈 방문 환영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8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시 주석의 북한 국빈 방문 환영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핵은 덮고, 경협은 연다.’ 8년 만에 다시 분 북·중 관계의 ‘훈풍’ 뒤에 숨은 계산을 압축하는 말이다. 북·중 정상 간 잇단 상호 방문과 경제 협력 재개 이면에 정작 핵 문제는 ‘각치쟁의(擱置爭議·쟁점 보류)’로 밀려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중우호협회(회장 신정승) 중국전문가포럼에서다. 이날 발제자인 김규범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부연구위원은 최근의 북·중 밀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제적 접근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호응하며 이뤄진 구체적인 전략적 합의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근 북·중 관계 변화와 시사점’을 주제로 한중우호협회 중국전문가포럼이 열렸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지난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근 북·중 관계 변화와 시사점’을 주제로 한중우호협회 중국전문가포럼이 열렸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김규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발제)
북·중 관계는 시진핑-김정은 집권 14년간 갈등기(2012~2017년)와 1차 개선기(2018~2019년 중반), 정체기(2019년 하반기~2025년 초)를 거쳐 지난해 하반기부터 2차 개선기에 접어들었다. 정례 교류가 위축되다가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갈등기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핵·미사일 도발과 시진핑 주석의 고강도 제재 동참이 충돌했지만, 김 위원장이 ‘경제 집중’으로 돌아서고 시 주석이 호응하며 1차 개선기가 열렸다. 이후 ‘하노이 노딜’과 코로나 19 국경 봉쇄를 거치며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2023년 국경 재개방 이후에도 약속했던 협력이 더뎌 관계 이상설까지 돌았다.

국면은 지난해 9월 급반전했다. 러시아 전승절에는 불참했던 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에 ‘깜짝’ 등장한 것이 계기였다. 미국과 한국의 정권 교체로 대북 유화 가능성이 커진 정세 속에서 북한이 대미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먼저 중국에 다가섰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중국도 ‘차이나 패싱’을 우려해 호응했고, 최근 해외 방문을 크게 줄인 시 주석의 방북 자체가 상당한 전략적 합의가 있었음을 방증한다.

지난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근 북·중 관계 변화와 시사점’을 주제로 한중우호협회 중국전문가포럼이 열렸다. 발제자인 김규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지난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근 북·중 관계 변화와 시사점’을 주제로 한중우호협회 중국전문가포럼이 열렸다. 발제자인 김규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가장 뚜렷한 변화는 ‘레토릭(외교적 수사)’이다. 과거 ‘전략적 소통과 조율’이 노선 차이 속 소통을 뜻했다면, 이제는 ‘공동 인식’과 ‘관계 발전의 설계도’, ‘조속한 이행’ 등이 등장했다. 다만 비핵화 의제는 실종됐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없고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는 난제를 ‘각치쟁의(擱置爭議)’로 접어두고 다른 분야의 협력을 넓히는 쪽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협력은 경제 분야에서 가장 구체적이다. 시 주석의 협력 제안에는 2018년에 없던 ‘인민 복리’와 ‘실무 협력’이 새로 담겼다. 총리급 상호 방문이 재개됐지만, 대북 제재의 틀이 유지되는 한 과거와 같은 대규모 투자는 어려운 상황이다. 교역 정상화에는 중국이, 과학기술·인적 교류 확대에는 북한이 더 적극적이다.

북·중 밀착을 한·미·일 견제나 북·러 견제 카드로 단순화하는 통설에는 신중해야 한다. 미·중 경쟁이 훨씬 격렬했던 시기에도 중국은 오히려 북한과 거리를 뒀다. 한국은 이를 즉각적인 안보 위협으로만 볼 게 아니라,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정세 관리와 메시지 전달에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임성남 전 외교부 차관.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임성남 전 외교부 차관.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임성남 전 외교부 차관
최근 북·중 관계 개선에는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중국의 불편함과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작용했나? 우리 정부가 제안한 한반도 문제의 다자적 접근에 대해 중국은 어떤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나?

▶김규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중국은 북·러 군사협력이 미국과 서방을 자극하고 역내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불편해한다. 중국 외교부가 이를 “두 나라 간의 일”이라고 하면서도 “시비곡직(是非曲直)을 가려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미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본다. 중국은 북·중, 북·러 양자 채널을 통해 이러한 견제 메시지를 계속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다자적 접근에는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당장은 실현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 싱크탱크 관계자들은 북한이 4자 회담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우선 북·미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를 주로 밝혔다.

신봉길 전 외교협회 회장.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신봉길 전 외교협회 회장.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신봉길 전 외교협회 회장
고강도 대북 제재에도 북한 경제가 버티고 오히려 개선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중국도 대북 제재 완화를 원하지 않겠나?

▶김규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북한 경제의 개선을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인구 2700만 명 규모의 경제가 호전되려면 폐쇄적이긴 하나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등 북한 내부의 자생적인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실제 북·중 접경지역에서도 2017년 이후 건물 신축과 차량 통행 증가 등 변화가 관찰됐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지만, 역설적으로 제재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완화 초기에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더라도 이후에는 국제사회의 속도에 맞출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의 자국 경제와 북·중 접경지역 민생에 영향을 주는 분야에서는 제재를 비교적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명예교수.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명예교수.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명예교수
북한의 핵무기 증강이 일본의 핵무장 등 동북아의 ‘핵 도미노’로 이어진다면 중국이 계속 북핵 문제를 외면할 수 있겠나?

▶김규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중국은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나 일본의 재무장에 매우 민감하다. 특히 일본의 핵무장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전면적인 압박도 불사할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행동이 일본 핵무장론의 빌미가 된다면 북·중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북 레드라인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최근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거론하는 전망이 크게 줄어든 것은 북한이 중국의 반응을 의식하고 있으며, 중국의 억제력이 일정 부분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태동 전 시안 총영사.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전태동 전 시안 총영사.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전태동 전 시안 총영사
북한은 막대한 무역 적자와 핵무기 관리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나?

▶김규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정확한 자금 출처는 알기 어렵지만, 밀수와 가상화폐 탈취 등이 주요 외화 확보 수단으로 거론된다. 북·중 교역량도 양국 관계보다 북한의 외화 소득과 구매력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구체적인 경로는 불분명하지만, 최근 북한의 외화 수입과 중국산 제품 구매 여력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상기 전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장.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정상기 전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장.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정상기 전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장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진행하는 국경선 강화 작업은 남한의 공격에 대비한 방어용인가, 대남 도발을 위한 공격용인가?

▶김규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공격 또는 방어라는 한 가지 목적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병력 공백을 보완하고 내부 이동과 국경을 통제하려는 목적이 함께 작용했을 수 있다. 경제 건설에 집중하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 기조도 고려해야 한다.

국경 강화는 남북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다. 중국이 밀수 단속을 이유로 북·중 국경에 철책과 고성능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자 북한도 최근 수년간 감시시설을 크게 늘렸다. 군사분계선 강화 역시 북한의 전반적인 국경 통제 강화라는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희용 전 주캐나다 대사.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조희용 전 주캐나다 대사.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조희용 전 주캐나다 대사
대만 유사시 중국이 북한에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역할을 기대할 가능성이 있나? 최근 북·중 간 협의에서 대만 문제가 논의된 흔적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김규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북·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늘 언급됐다. 북한도 중국의 ‘핵심 이익’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다만 대만 유사시 중국이 북한에 구체적인 군사적 역할을 요구할지는 전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중국의 존망이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라면 중국은 한반도까지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참전 제안을 오히려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역시 대만 문제에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북한은 국제 정세에 따라 도발할 때와 자제할 때를 판단해 왔다. 대만 유사시는 북한의 운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러시아 파병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중한 선택이 될 것이다.




사공관숙([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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