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 옛 대한방직 터 모습. 건물 일부가 철거된 채 방치돼 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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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사업 승인…다음 달 착공 시한
전북 전주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효자동 옛 대한방직 터 개발 사업이 착공 시한(2026년 9월)을 코앞에 두고 중대 기로에 섰다. 6조원대 대규모 개발을 추진해 온 시행사 ㈜자광이 당초 전주시와 약속한 ‘동시 착공·동시 준공’ 원칙을 바꿔 아파트를 먼저 지은 뒤 470m 관광타워는 뒤늦게 완공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자광은 “사실과 다르다”며 “타워를 포함한 모든 시설을 동시에 착공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23일 전주시에 따르면 옛 대한방직 부지에서 ‘전주 관광타워 복합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자광은 지난해 9월 29일 전주시로부터 주택사업계획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11개월이 지나도록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자광은 도유지·시유지를 포함한 23만565㎡(6만9700평) 부지에 6조2000억원을 들여 470m 높이 153층 타워를 비롯해 15층 5성급 호텔(200실), 49층 아파트 10개 동(3395세대), 34층 오피스텔 1개 동(558세대), 5층 복합쇼핑몰 등을 지을 계획이다. 타워에는 놀이시설이 들어서며, 효자5동 주민센터도 단지 안에 설치된다.
㈜자광 측은 사업 승인 당시 “연말 착공과 함께 주택 분양이 가능하다”고 했다. 2017년 옛 대한방직 부지를 1980억원에 사들인 ㈜자광은 부동산 개발과 리조트·레저·골프장 사업 등을 하는 회사다.
지난 2월 11일 '전주 관광타워 복합개발사업 기공 기념 비전 페스타'에서 펼쳐진 불꽃놀이. 사진 ㈜자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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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임차료 11억 체납…토지 압류
지난 2월엔 사업 시작을 알리는 ‘기공 기념 비전 페스타’도 열었다. 당시 김관영 전북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이 참석해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약속했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전주갑 국회의원)은 영상 축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후에도 부지는 폐허와 함께 사실상 공터로 남아 있다. 시공사 선정이 지연된 데다 세금·임차료 체납 문제까지 겹치면서다. 전주시는 지난해 12월 ㈜자광 소유 토지 10필지를 압류했다. 지난달 말 기준 ㈜자광의 체납액은 재산세 7억6600만원, 시유재산 대부료 1억5500만원, 도유재산 무단 점유에 따른 변상금 2억600만원 등 총 11억2700만원이다.
사업 부지에 포함된 전북도 소유 토지(6228㎡)도 아직 매입하지 못했다. 전북도의회는 지난 3월 ㈜자광의 사업 이행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전북도가 제출한 도유지 매각안을 부결했다. 금융 리스크도 불거졌다. 부지 매입 자금 등을 빌려준 대주단(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이 ㈜자광에 기한이익상실(EOD)을 수차례 통보했다. EOD(Events of default)는 이자 연체 등으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할 수 있는 상태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전북환경운동연합·전주시민회 등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진보당 관계자들이 지난 20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사업을 가로막는 본질적 원인은 민간 사업자의 극심한 재정 부실"이라며 "전주시는 ㈜자광의 꼼수 요구를 즉각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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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아파트 수익만 챙기려는 꼼수”
이런 상황에서 전주시 안팎에선 “㈜자광이 아파트를 먼저 짓고 타워는 이후 단계적으로 건립하는 방향으로 협약 변경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전은수 ㈜자광 회장이 지난달 16일 새로 취임한 조지훈 전주시장을 만나 사업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설명하면서 “아파트와 타워의 공사 기간이 달라 동시 준공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 직후였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전북환경운동연합·전주시민회 등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진보당은 지난 20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사업을 가로막는 본질적 원인은 민간 사업자의 극심한 재정 부실”이라며 “전주시는 꼼수 요구를 즉각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광이 아파트 분양 등 수익 시설을 먼저 확보한 뒤 타워 건립을 포기하거나 장기간 미룰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아파트와 타워의 준공 시점을 분리하면 부산 롯데타운처럼 수익 시설은 들어서지만 핵심 랜드마크인 타워가 장기간 미완공 상태로 남는 ‘반쪽 개발’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 단체는 “㈜자광이 오는 9월까지 착공계를 제출하지 못하면 전주시가 협약에 따라 엄정한 행정 조치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2024년 12월 전주시와 ㈜자광이 맺은 협약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후 1년 안에 착공하지 않으면 전주시가 건축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전은수 ㈜자광 회장이 지난해 9월 16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대한방직 부지에서 추진 중인 '관광타워 복합 개발 사업'이 이달 말 전주시의 최종 사업 계획 승인을 앞두고 있다"며 "연말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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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광 “타워 포함 모든 시설 동시 착공”
이에 대해 전은수 ㈜자광 회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모든 시설은 동시에 착공하고, 아파트 공사가 끝날 때 타워 구조체까지 완공할 계획”이라며 “타워를 짓지 않거나 공사를 뒤로 미루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자광에 따르면 사업 승인 대상엔 아파트·상업시설·호텔뿐 아니라 타워 구조체(370m)까지 포함된다. 하나의 사업 부지에서 공사를 시작하면 착공으로 볼 수 있고, 각 시설은 동별로 공사를 마친 뒤 사용 검사를 받는 방식이라는 게 ㈜자광 측 설명이다. 다만 타워 최상부에 설치되는 100m 규모 놀이시설은 별도 허가가 필요하다. 해외에서 설계·제작한 뒤 국내로 들여와 조립·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아파트와 타워의 최종 완공 시점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회장은 “협약 당시엔 사업 승인 전이어서 기본 도면만 있었지만, 이후 사업 승인과 각종 평가·심의·허가를 거치면서 구체적인 공사 기간과 공법이 확정됐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경미한 변화는 현실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게 협약의 취지”라고 했다. 특히 “협약서 제8조 3항에 ‘공동주택 임시사용 승인 또는 준공검사 신청 시 타워 공사도 완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협약을 어기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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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협약 변경 요청 없어…착공이 우선”
자금 조달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호텔과 타워 운영 수익을 통해 사업 수익을 내는 구조여서 타워를 짓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시공사는 잠정적으로 정해졌고, 도급 계약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공사가 선정되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이뤄지면 공사비와 사업비를 집행하고 밀린 세금도 일시에 납부할 수 있다”며 “전국의 개발 사업이 통상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행정 절차가 지연되면서 현재까지 이자 비용만 2550억원을 부담했다고도 했다.
전주시는 일단 착공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전주시 관계자는 “㈜자광이 협약 변경을 공식 문서로 요청한 사실이 없어 사업 승인 취소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는 착공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광 측이 이르면 다음 달 시공사 선정이 가능하고, 올해 안에 PF 승인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설명했다”며 “시행사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사업 자체가 부실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