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빵을 바꾸고 마요네즈를 새로 골랐다. 종이 포장 대신 상자를 써 햄버거가 눅눅해지는 것도 막았다. 미국 버거킹이 대표 메뉴 ‘와퍼’를 이렇게 뜯어고치자 손님이 돌아왔다. 반면 3달러(약 4200원) 이하 메뉴까지 꺼내든 맥도날드는 고객을 붙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의 싼맛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2024년 10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쿼터파운더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가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버거킹이 미국 시장에서 맥도날드의 점유율을 빼앗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거킹의 2분기 미국 동일점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5% 증가했다. 최근 12개월 미국 매출 기준으로는 2020년부터 2위를 지켜온 웬디스를 제치고 햄버거 체인 2위에 올랐다.
반등의 시작은 햄버거였다. 버거킹은 와퍼에 고급형 빵과 새로운 마요네즈를 도입하고 신선도를 유지하도록 포장까지 바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전했다. 2019년 미국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킨 ‘파파이스 치킨 샌드위치’ 개발에 참여한 에이미 알라콘 버거킹 미국 총괄 셰프가 작업을 주도했다. 모회사 레스토랑브랜즈인터내셔널(RBI)은 매장에 키오스크와 디지털 메뉴판도 설치했다.
버거킹의 와퍼. 중앙포토
할인을 없앤 것은 아니다. 버거킹은 ‘2개 5달러(약 6900원), 3개 7달러(약 9700원)’ 행사를 운영하면서 음식과 매장을 함께 손봤다. 반면 로이터통신이 지난 11일 분석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5달러(약 6900원)부터 시작하는 ‘비기 백’을 판매한 웬디스의 미국 동일점포 매출은 7% 감소했고, 1달러(약 1300원) 치킨윙 행사를 벌인 윙스톱도 7.5% 줄었다. 반대로 5·7·9달러(약 6900·9700·1만2500원) 세트와 신메뉴를 함께 내놓은 타코벨은 7% 증가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패스트푸드가 더 이상 ‘싸게 한 끼를 때우는 음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이 있다. 금융정보업체 월렛허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미국 주요 패스트푸드 업체의 메뉴 가격은 약 60% 올라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대출정보업체 렌딩트리가 2024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78%가 높은 가격 때문에 패스트푸드를 ‘사치품’으로 여기게 됐다고 답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슈퍼마켓. AFP=연합뉴스
비싸진 패스트푸드 대신 수퍼마켓으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미국 식품산업협회(FMI)에 따르면 식당 대신 수퍼마켓에서 조리한 델리 음식을 산다는 소비자는 2017년 12%에서 최근 28%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1980년대 초~2010년대 초반 출생인 밀레니얼과 Z세대가 바로 먹거나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즉석식품 수요를 이끌고 있다.
결국 가격을 몇 달러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진 셈이다. 레이철 로이스터 외식업 컨설팅업체 커넥션스 전략기획·혁신 담당 이사는 로이터에 저가 상품은 소비자가 보기에 “명확하고 단순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콧 보트라이트 치폴레 최고경영자(CEO)도 “가치는 할인과 가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편리함과 매장 운영, 메뉴 혁신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