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연이은 진화 노력에도 신약 청탁 의혹 파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번엔 김 후보자 청탁 수혜 기업으로 지목된 제약사 제넨셀에 100억원 넘게 투자했다가 거래정지된 세종메디칼 주주들이 7일 단체로 법원에 엄벌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세종메디칼은 2021년 10월 코로나19 신약을 개발하던 제넨셀 지분과 전환사채(CB)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던 바이오 전문 투자사다. 일주일 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넨셀의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했다. 세종메디칼 주가는 한 때 급등했다가 일주일 뒤부터 줄곧 하락했다. 세종메디칼은 지난 6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를 통보받았다.
제넨셀은 코로나19 신약 개발에 사실상 실패했다. 제넨셀은 임상시험 전 단계인 동물시험에서 코로나 신약을 투여한 햄스터 5마리 중 1마리가 죽고 나머지도 이상 증상을 보였지만, 이를 은폐한 채 식약처에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제넨셀 설립자 강모씨는 세종메디칼에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63억원을 번 상태였다. 여기에 자신을 김 후보자와 연결했던 브로커 양모씨에게 “저기(세종메디칼) 주워 담아. 곧 올라”라며 주식을 매수하도록 권유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5월 서울서부지법 모습. 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은 자본시장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2024년 12월 강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강씨는 신약 청탁 관련 뇌물공여 약속 혐의로 양씨와 추가 기소돼 서울서부지법에서 별개 재판도 받고 있다.
세종메디칼 주주들은 강씨 항소심이 진행 중인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서부지법에 탄원서를 각각 제출할 계획이다. 지금껏 주주들이 개별로 법원에 탄원을 낸 적은 있으나 단체로 탄원서를 준비한 적은 없었다. 탄원에는 주주 20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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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 8일 뒤 검찰도 “위법 청탁 단정 어렵다”
김 후보자 측은 6일 강씨 1심 판결문을 들어 신약 청탁에 불법성이 없었다고 재차 항변했다. 판결문엔 “브로커 양씨가 김승원에게 ‘식약처 담당 부서가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했다고 하더라도 양씨가 승인 심사 절차를 생략하라거나 제넨셀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등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고 곧바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돼 있다.
지난 4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입구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이날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단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서울서부지검도 해당 판결 8일 뒤 알선뇌물 약속 혐의로 입건했던 김 후보자에 대해 “청탁 자체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다만 혐의는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 청탁의 위법성과 별개로 알선뇌물 약속 혐의 자체는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제넨셀이 특혜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날 설명자료에서 김 후보자는 제넨셀 임상시험 승인에 11일이 소요됐다며 다른 신물질들 평균 심사 기간인 8.8일보다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신약으로 3일 만에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것을 비교 대상으로 제시했다. 다만 제약업계 안팎에선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환자 대상 임상 데이터를 축적한 상태로 코로나19 임상 3상에 진입한 것이라 제넨셀 치료제와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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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선에서 막혀? 알았다” 추가 녹취
김 후보자는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공익적 목적으로 민원을 전달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대가성 청탁이 의심되는 녹취가 거듭 공개돼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는 상황이다.
앞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21년 10월 7일 브로커 양씨가 “이걸 오빠가 도와주면 정말 좋을 텐데”라며 “왜냐면 여기 이미 300억원 투자 유치도 돼 있어요”라 하자 김 후보자는 “식약처 승인되는 순간 완전히 수천억을 벌 수 있는 거잖아”라며 “치열한 로비가 있는데 메일로 자료를 좀 보내줄 수 있니”라 물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 참석하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한 의원이 추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10월 12일 브로커 양씨가 “(승인 건이) 과장 선에서 넘어가지를 않는다고 한다”고 하자 “과장 선에서 막혀있다? 알았어”라 답했다. 한 의원은 ‘로맨틱하고 성공적(인 로비)’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이날 해명 자료를 내고 “성공한 로비라고 주장하려면 심사기준 변경이나 특혜가 있었다는 사실부터 입증해야 하는데 녹취 어디에도 조건 없는 승인이나 기준 완화, 절차 생략을 요구한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