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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만을 함께 초대했다…논란 자초한 광주 비엔날레

중앙일보

2026.09.06 08:01 2026.09.0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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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 놓인 탁구대와 물음표 현수막은 슬로바키아 출신 율리우스 콜러의 작품이다. 양안 갈등의 핑퐁 게임에 놓인 이번 비엔날레 사태가 겹쳐 보인다. 권근영 기자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 놓인 탁구대와 물음표 현수막은 슬로바키아 출신 율리우스 콜러의 작품이다. 양안 갈등의 핑퐁 게임에 놓인 이번 비엔날레 사태가 겹쳐 보인다. 권근영 기자

“예술은 예술, 정치는 정치이니 둘을 겹쳐 보지 말아 달라. 순수 예술 행사다.”

지난 4일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기자회견장. 대만관(Taiwan Pavilion)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재단 윤범모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당초 NTMoFA(국립대만미술관)였던 전시관 명칭이 대만관으로 변경된 데 대해, 중국 참가팀이 “대만은 독립국가가 아니라 중국의 일부”라고 항의하며 철수한 사태에 대한 해명이었다. 그러나 ‘대만관’ 사태는 좀처럼 봉합되지 않고 있다. 이날도 전시관 앞에선 중국인들이 시위를 벌였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광주비엔날레가 사과문을 냈지만, 중국 외교부와 관영 매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도발하는 어떤 행위도 응징하겠다”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5일 개막한 여수 섬박람회에 참가했던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가 홍보관 운영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은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파빌리온(특별관) 명칭을 급히 바꾸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만 문화부는 재단이 명칭을 대만관으로 협의하다가 갑자기 NTMoFA로 변경했다고 항의했다. 재단은 “애초 국가관이 아닌 기관관으로 계약했다”고 맞섰지만, 국내외 미술계에서 ‘정치적 검열’이란 비판이 나오자 입장을 뒤집었다. 지난달 25일 NTMoFA의 국가관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대만관 전시를 소개하는 천샹원 큐레이터. [연합뉴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대만관 전시를 소개하는 천샹원 큐레이터. [연합뉴스]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광주의 민주적 시민정신과 예술적 전통을 바탕으로 서구화보다 세계화에, 획일성보다 다양성에 힘쓰겠다”는 골자의 선언문을 내세우며 출범했다. 파빌리온 전시는 2018년 시작했다. “국가별 전시는 전근대적”이란 비판에 처음엔 해외 기관들로 꾸렸지만, 점차 규모를 늘려 올해는 스위스·브라질 등 16개 국가와 NTMoFA 등 11개 기관이 참여할 참이었다. 중국과 대만의 동시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단은 두 파빌리온을 병치했을 때 벌어질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2014년까지 광주비엔날레 대표를 지낸 이용우 중국 퉁지대 건축대학 교수는 “비엔날레는 미술관 전시와 달리 정치사회적 공론장”이라며 “맥락을 보는 눈이 있었다면 중국과 대만을 같이 초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급히 입장을 뒤집었을 뿐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한 기준을 밝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결과적으로 국제화에 급급해 양안 갈등에 전쟁터를 내준 모양새가 됐다.

본전시를 기획한 싱가포르의 호추니엔 예술감독은 “파빌리온은 별개 행사로, 이번 논란이 본전시에 대한 논의를 방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규모를 줄인 전시로 집중도를 높였지만 권병준·박찬경의 신작 ‘불림’을 위해 쇠붙이를 모아준 시민들, 322점의 그림을 낸 오월어머니회 등 22개국 43팀의 노력이 ‘대만관’ 논란에 묻혀버렸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 투입된 시비만 54억원, 국내 국공립 기관의 단일 전시로 최대 규모다. 비엔날레는 정말 정치와 별개의, 순수 예술 행사일까? 11월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비엔날레 스스로에 대한 질문으로 무겁게 돌아왔다.





권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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