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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지사 아닌 친일파 작품이었다…국중박 뒤집은 전시품 정체

중앙일보

2026.09.06 19:03 2026.09.07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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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개막식에서 유홍준 관장(왼쪽)이 유묵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을 설명 중인 모습. 이 유묵은 당시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됐지만 친일파 동명이인의 작품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공개 한달여 만인 8월 10일 철거됐다. 강혜란 기자

지난 6월 30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개막식에서 유홍준 관장(왼쪽)이 유묵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을 설명 중인 모습. 이 유묵은 당시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됐지만 친일파 동명이인의 작품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공개 한달여 만인 8월 10일 철거됐다. 강혜란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서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된 전시품이 동명이인 친일파의 작품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박물관 측은 사전 검증이 미흡했던 데 다시금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7일 보도자료를 내고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전시했던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반시국은’은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다’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때 가장 먼저 승병을 일으킨 영규대사(?∼1592)가 말한 글귀로 알려져 있다.

‘한인(韓人) 박원근’이라고 적힌 족자 형태 유묵으로 박물관 측은 이를 개인소장가로부터 대여한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했다. 유묵의 전시 소식을 뒤늦게 접한 유족이 작품 앞에서 무릎 꿇고 흐느껴 우는 사진이 공개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전시 한달 여만인 지난 8월 10일 ‘박원근’이란 이름이 박중양이 과거에 쓰던 이름이라는 제보가 접수되면서 박물관 측은 뒤늦은 검증을 위해 전시품을 내렸다. 이어 서예·근현대사·고문헌·보존과학 분야 전문가 7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다각도로 검증한 결과, 박중양이 일본 유학 시절 남긴 글씨로 최종 판단했다.


국립중앙박물 특별전에서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된 전시품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유묵이라는 조사 결과가 7일 발표됐다. 박물관 측이 유묵 검증 과정을 소개하며 제시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과 박중양의 다른 글씨 비교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 특별전에서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된 전시품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유묵이라는 조사 결과가 7일 발표됐다. 박물관 측이 유묵 검증 과정을 소개하며 제시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과 박중양의 다른 글씨 비교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 측은 “‘일반시국은’과 박중양의 필적을 대조해 본 결과, 획 처리 방식에 유사한 특징이 확인되어 박중양의 필적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작품에 남은 인장 중 머리 부분에 찍는 두인(頭印)에는 1932년 말 서예가 김태석(1874∼1951)이 박중양에게 새겨준 것으로 알려진 인장 문구와 일치하는 내용이 확인됐다.

유묵에 쓰인 ‘한인’이라는 표현은 대한제국 시기 일본으로 유학 간 학생이나 방문자가 외국인, 즉 일본인 앞에서 국적을 밝힐 때 쓴 말이라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박물관 측은 “박중양은 대한제국기인 1896년부터 1903년까지 일본에 유학 간 것으로 확인된다”며 “‘한인’이라는 표현을 쓴 시기, 정황과 맞아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 특별전에서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된 전시품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유묵이라는 조사 결과가 7일 발표됐다. 박물관 측이 유묵 검증 과정을 소개하며 제시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의 세부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 특별전에서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된 전시품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유묵이라는 조사 결과가 7일 발표됐다. 박물관 측이 유묵 검증 과정을 소개하며 제시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의 세부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일반시국은’ 유묵과 비슷한 서체와 도장이 남은 박원근의 작품도 여럿 확인됐는데 이 중에는 일본인에게 써준 것도 있었다고 한다. 박물관 측은 “지하조직 활동 등으로 수차례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박원근이 해외에 유통될 만큼 여러 점의 서예 유묵을 남기고 일본인을 위해 휘호했다는 것은 그의 삶의 궤적과 거리가 있어, 이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유묵임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한국인의 식문화 원형과 역사 등을 종합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 식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문구와 문학적 표현 중 하나로 해당 유묵을 전시했다고 한다. 앞서 해당 유묵이 경매에 출품될 때도 애국지사 박원근의 것으로 소개돼 자체 사전검증에 소홀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박물관은 “박원근 지사의 유족께 조사 경위와 결과를 설명하고 거듭 사과드릴 예정”이라며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근현대사 분야 전문가 자문 등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유홍준 관장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은 박물관이 국민 앞에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데 이에 대해 미흡했다”며 재차 사과했다. 그러면서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한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 전시품 검증 절차를 더욱 강화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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