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 위기가 심각하다.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지난해 1조5000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노후 시설 재투자 등 시설 유지 관리비가 지속 증가하는 가운데, 평균 운임 현실화율은 29%에 불과했다. 고령자 무임 서비스 축소가 논의되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그 비용을 고령자에게 다시 부담시키는 것이 사회 전체에 바람직한지는 따져볼 문제다. 이동비용이 높아지면 삶의 질 저하를 넘어 우울증 등에 따른 의료·복지비 증가로 오히려 부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철도는 도시가 얻는 편익을 만들어 내는 기반 시설이다. 이동을 보장하는 복지정책이며, 교통혼잡과 환경오염을 완화하는 환경·교통정책이다. 기업의 인력 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경제정책이기도 하다. 이러한 편익은 도시 곳곳으로 확산하지만, 비용은 운영기관의 장부에만 기록된다. 도시철도 재정 문제의 해법은 무임 이용자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그치지 않고,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 다시 설계하는 데 있다. 누가 편익을 얻는가를 재정체계에 반영하는 것이다.
먼저 고령자 무임 이용은 국가 복지재정과 연계해야 한다. 노인복지법령이 무임 이용을 규정한 것은 공익적 가치를 인정한 결과다. 그렇다면 국가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적자 보전이 아니라 국가적 편익을 높이는 투자다.
두 번째는 도시철도가 만든 토지가치의 환류다. 역세권의 토지와 건물 가치는 도시철도가 만들어 낸 편익이다. 홍콩 MTR은 ‘철도+부동산’ 모델을 통해 역과 차량기지 주변을 개발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철도 건설과 시설 유지·개량에 다시 투입한다. 우리도 역세권 개발과 공공기여, 개발이익 배분 방식을 도시철도 재정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도시철도로 통근 인력을 확보하고 접근성 향상을 누리는 기업의 역할이다. 프랑스의 ‘모빌리티 부담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고용주는 임금 총액에 일정 비율을 적용한 부담금을 납부하며, 이 재원은 도시철도를 비롯한 대중교통 운영에 사용된다. 2024년 파리권의 징수액은 약 62억 유로로, 교통청 운영 수입의 절반을 차지했다. 기업도 대중교통 재정에 참여한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도시철도 재정 문제를 더는 이용객과 운영기관의 몫으로만 남겨둬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편익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그 가치를 지속시키는 비용을 편익의 크기에 맞춰 사회가 함께 부담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도시철도의 지속가능성은 도시철도의 공공적 가치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정하고 책임을 감당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