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이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관련해 ‘늦어도 11월 까지’를 선호 시점으로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내에선 국회 동의 절차 등을 감안하면 중동 파병 문제를 이달 중 매듭지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8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 미 측으로부터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를 요청받은 뒤 파병 자산과 국회 비준동의안 마련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왔다. 최근에는 파병 준비를 위한 현지 조사단도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했다고 한다. 조사단은 지난 주말 UAE로 출국했는데, 향후 파병 국군의 주둔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군의 해상초계기 P-8A가 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달 들어 정부가 파병 카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도 미측의 11월 내 파병 요구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회 파병 비준동의안 처리 일정을 감안하면 이달 중에는 파병 방침을 공식화해야 한다. 과거 이라크 파병 때도 국회 처리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2003년 1차 서희·제마부대 파병안은 3월 20일 제출돼 4월 2일 통과됐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 국정연설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굳건한 한·미공조가 중요하다.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해 12월 제출된 자이툰부대 파병 동의안은 극심한 여론 분열이 이어진 끝에이듬해 2월 통과되기까지 7주가 걸렸다. 자이툰 부대는 3600명 규모로 파병 인원이 많았던 데다 국내 여론은 1차 파병때보다 악화된 상태였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파병을 위해선 늦어도 이달 중순을 전후해 국회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현재까지 “파병 여부 자체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11월 까지’를 요구하는 것은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호르무즈해협 문제의 출구 전략을 마련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이 6개월을 넘기면서 유가를 중심으로 물가가 치솟고, 트럼프 지지율도 3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국정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
정부도 이달 들어 파병과 대미투자 등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해온 과제를 벼락치기로 풀어가는 모습이다.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텍사스 엔시날 가스화력복합발전소를 확정한 데 이어 추가 투자처도 이달 중 상당수 결정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의 합의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핵추진잠수함 연료 이전 협상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에서 미국의 호응을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1월 중순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만큼, 향후 대북 정책 논의에서 한국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가 나간 후 국방부는 “미국이 시한을 정해 자산 파견을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현지 조사단 파견도 정세와 안정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