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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눈으로 마음껏 보길” 어느 각막 기증인 딸의 당부

중앙일보

2026.09.09 03:17 2026.09.0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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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제 13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안부’를 개최했다. 사진은 사후 각막 기증인의 유가족 서정민(44)씨의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제 13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안부’를 개최했다. 사진은 사후 각막 기증인의 유가족 서정민(44)씨의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 아버지는 자연 풍경을 좋아하셨습니다. 이식인분들이 아버지가 남긴 두 눈으로 대신 풍경을 마음껏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가 개최한 기념식에서 사후 각막 기증인의 유가족 서정민(44)씨가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의 장기 기증이 9명의 생명을 구한다’는 의미를 가진 9월 9일 장기기증의 날을 맞이해 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제 13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안부’를 개최했다. 본부는 이번 기념식에서 처음으로 사후 각막기증인 11명의 유가족에게 1호 감사패를 전달했다.
사후 각막 기증인의 유가족 서정민(44)씨가 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로부터 받은 리본(Reborn) 감사패의 모습. 곽주영 기자

사후 각막 기증인의 유가족 서정민(44)씨가 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로부터 받은 리본(Reborn) 감사패의 모습. 곽주영 기자

각막 기증인 유가족 대표로 연설한 서씨는 2018년 두 명의 시각장애인에게 각막을 기증한 고 서채홍(기증 당시 68세)씨의 딸이다. 기증인은 생전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등에서 영업직으로 근무하며, 가족들의 이름으로 기아 대책 구호 단체에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올 만큼 주변을 베푸는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서씨는 “아버지는 평소에도 어려운 사람을 돕길 원하셨고,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후 가족들과 의논해 각막 기증을 결심했을 때도 아버지가 기뻐하시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각막 기증은 사망 후 최대 12시간 이내에 기증 의사를 결정해야 한다. 서씨 역시 아버지를 보며 2005년 이미 장기기증 희망 등록에 참여했다.
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제 13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안부’를 개최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제 13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안부’를 개최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본부가 각막 기증인 유가족들에게 처음으로 감사패를 전달한 이유는 통상 각막 기증인보다 뇌사 장기 기증인이 더 많아 그간 이들을 중심으로 예후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앞을 보지 못하면 저승길 잘 찾아가지 못한다” 같은 옛말 등으로 각막 이식을 꺼리는 풍토에도 불구하고 기증을 결심한 기증인과 유가족들에게 본부는 이번 행사에서 감사함을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각막 기증인 덕분에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이식인도 이날 행사에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달 10일 각막 이식술을 받은 류찬규(59) 목사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얼마나 작은 말인지, 표현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류 목사는 희귀 질환으로 시력을 점차 잃어 지난 4년 가까이 글을 읽지 못할 수준의 시력이었다. 하지만 의료진의 노력으로 각막 기증인을 빠른 시일 내에 찾았고, 본부의 경제적 지원 덕분에 수술할 수 있었다. 류 목사는 “수술 후 간판을 읽을 수 있는 작은 일상을 되찾았다는 것이 가장 기뻤다”며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며 살겠다”고 말했다.

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제 13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안부’를 개최했다. 사진은 심장 이식을 받은 이온유(6)군이 말하고 있는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제 13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안부’를 개최했다. 사진은 심장 이식을 받은 이온유(6)군이 말하고 있는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심장을 기증받고 새 삶을 살아가고 있는 어린 아이도 참석했다. 미숙아로 태어난 이온유(6) 군은 좌심실 보조장치까지 달며 2년간 심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2023년 기증을 받을 수 있단 소식을 들었다. 온유 군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어서 믿기지 않았다”면서도 “한편으론 누군가의 생명으로 얻은 기회여서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온유가 활기차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사랑을 나눠주는 아이로 자랄 수 있게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온유 군은 기념식 내내 행사장을 뛰어다니며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세상을 떠난 기증자를 향해 ”천사야 고마워, 사랑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제 13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안부’를 개최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제 13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안부’를 개최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이외에도 본부는 뇌사 장기기증인 3명의 유가족들과 30년 전 타인을 위해 신장을 기증한 생존 시 기증인들에게도 기념패를 전달했다. 서로 직접적인 수혜 관계는 아니지만, 장기 기증인의 유가족들과 이식 수혜자들이 서로 감사의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유재수 본부 이사장은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킨 기증인의 깊은 사랑을 기억하며 생명나눔의 가치를 전하는 일에 본부도 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곽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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