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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의 민심풍향계] “죽어라 일해 집 한 채, 제발 평범한 서민 좀 건드리지 마라”

중앙일보

2026.09.0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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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논설위원

김성탁 논설위원

부동산 정책, 왜 지지율 하락 낳았나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9월 1주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0%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자동응답(ARS) 방식의 조사에선 30%대도 여러 기관에서 나왔다. 갤럽 조사에서 국정 운영 부정 평가의 이유로 부동산 정책이 20~30%가량을 차지하며 가장 큰 원인으로 수 주째 꼽히고 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세제 정책은 흔들리던 대통령 지지율에 그야말로 기름을 부었다. 이 대통령은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타파할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우는데, 정작 내놓은 정책이 왜 정권을 뒤흔드는 위기 요인이 됐을까.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역대 정부에서도 부동산 세제 역풍
이재명 정부는 역대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이 민심 이반을 불렀던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특히 ‘세금으로 집값 안 잡겠다’고 공약했던 이 대통령이 사실상의 증세 정책을 내놓으면서 과거 대통령들이 부동산 증세로 직격탄을 맞았던 것을 간과했다. 자신은 다를 것이라는 과신이 왜 역풍을 불렀는지는 과거 사례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세금 정책은 국민의 자산과 직접 연결된다. 세제 개편 발표 직후 거센 반발에 직면한 대표 사례가 노무현 정부다. 당시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고 대상을 확대했다. 세 부담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고, 세대별 합산 과세를 적용했다. 보유세 강화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공시가격 현실화 등도 부동산 가격 안정과 투기 억제가 목표였다. 하지만 그 효과는 정반대였다.

1주택 실수요자의 세 부담이 증가하고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를 둘러싼 반발이 터져 나왔다. 강남 등 규제 지역 집값은 오히려 지속 상승했고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하면서 수도권 전반에서 집값이 오르고 전·월세 대란과 임대차 시장 세 부담 전가 현상이 나타났다. 대통령 지지율이 10~20%대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고, 결국 정권이 교체됐다.

박근혜 정부에선 2013년 세법 개정 이후 2015년 초 연말정산 환급금이 대폭 줄어드는 ‘연말정산 세금 폭탄’ 논란이 빚어졌다.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면서 중산층과 서민층의 납부 세액이 인상됐다. 당시 박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 30%대 중반으로 폭락했다. 정부·여당이 긴급 보완 대책을 발표하고 소급 적용 조치를 취해야 했다.

다주택자 및 고가주택 징벌적 과세에 나섰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종부세 최고 세율 인상과 양도소득세 중과를 강화하자, 세 부담 급증에 따른 중산층 실거주자의 반발과 집값 상승세 지속이 복합 작용하면서 2020년 중반 이후 대통령 지지율 40% 선이 무너졌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정권 교체의 핵심 배경이었다.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세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스1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세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스1

미실현 이익에 대한 징벌적 과세에 반발
역대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이후 민심 이반 사례를 보면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우선 미실현 이익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담세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발을 부른다. 주택 가격이 올라도 실거주 1주택자는 해당 주택을 팔기 전까지는 추가로 현금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 소득 없는 고령층이나 실거주자에게 고율 보유세를 부과하면 낼 돈이 없어 반발하기 마련이다.

정부가 상위 1~2%의 고가 자산가를 대상으로 부유세 성격의 세제를 도입하더라도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부과 대상이 서울 및 수도권의 보통 중산층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면 정부가 내건 ‘부자 감세 억제’라는 명분은 무색해지고 중산층 전체가 세금 폭탄 대상이 됐다고 느끼면서 대통령 지지율 하락 폭이 커졌다.

보유세를 올리는 동시에 양도소득세까지 대폭 강화하면 다주택자가 버티기나 증여를 선택하면서 매물이 줄어 집값은 오히려 오르고 집주인은 늘어난 세 부담을 세입자의 월세나 보증금으로 전가하곤 했다. 무주택자와 서민층까지 악영향을 입게 되는데, 집값은 잡지 못하면서 부담만 늘었다는 인식의 화살은 대통령과 정부로 향했었다.
역대 정부에서도 부동산 증세로 대통령 지지율 폭락 반복
1주택자 세 부담 증가와 미실현 이익 과세에 반발 뚜렷
고가 주택 증세도 수도권 중산층까지 영향 미치며 악재
지지자도 "민주당 집권하면 왜 부동산 세금으로 괴롭히나"
"비거주를 곧 투기로 간주하느냐"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과거 여론을 악화시킨 핵심 원인과 구조적으로 비슷하다. 1세대 1주택자도 실거주하지 않고 보유하면 종부세 기본공제 한도를 축소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 보유 기간 공제 혜택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려 했다. 비거주를 곧 투기 목적으로 간주한 셈이어서 저항이 생겨났다.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현행 150%에서 200%로 늘리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인상하려 한 것도 과거와 상통한다. 초고가 자산가나 다주택자만 타깃으로 삼는다고 공언했지만, 공시 가격과 세율 부담이 올라가면서 서울 및 수도권에 집 한 채를 가진 실수요 중산층까지 대거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컸다. “중산층에게까지 세금 폭탄을 안긴다”는 불만이 역대 정부에서 지지층 이탈을 불러온 양상과 유사하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도 실수요·1주택자의 사정까지 옥죄는 실질적 증세로 받아들여지면서 지지율 하락과 민심 이반을 불렀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요청과 반발 민심을 반영해 국무회의를 거치며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9억원에서 현행 12억원으로 복구하고, 세 부담 상한률도 기존 150%로 유지하도록 수정했다. 그러나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상향했다.

또 종부세 계산 때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기존 60%에서 70%로 인상하는 방침이 유지됐다. 결과적으로 매년 납부해야 하는 보유세 총액은 이전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거주하지 않는 기간에 대한 보유 공제율 축소·폐지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이 부득이한 비거주 예외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으나, 복잡하고 다양한 개인별 사정을 모두 담지 못해 억울한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는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바꾸면서 국민의 여론을 듣겠다며 온라인 접수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 청와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와 반대 여론이 제대로 표출되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와 패널의 발언을 들으며 상당수 국민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의 절절한 요청 읽기는 했나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에는 국민의 절절한 요청이 담겨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책 결정자들과 여당 지도부나 의원들이 과연 이들의 절규를 읽어봤을지 의문이다. 이 지면에서라도 읽고 입법 단계에서 정책을 조정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민심의 쓰나미는 더 무섭게 밀어닥칠 것이다.

"방 3개짜리 아파트에서, 세 자녀가 청소년이 되고 셋째 막내가 중학교에서 자기 방이 없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해 큰 부담을 무릅쓰고 이웃 단지 방 4개짜리 아파트에 세 들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라고 보유세 폭탄, 양도소득세 공제 혜택에서 불이익 주는 게 말이 됩니까. 같은 구나 동에 살더라도 이런 이유라면 비거주 1주택이라고 세 부담을 가중해선 안 됩니다. 다자녀 가구에 세금 폭탄 터뜨린 세제 개편 철회하세요.”(이모씨)

“열심히 산 것뿐입니다. 남들 놀 때 공부했고 주말에도 일했고 여행 참아가며 살았습니다. 박봉 직장인이었어요. 어렵게 집 한 채 마련했고 이제 좀 쉬고 싶습니다. 그런데 세금 폭탄이라니…. 국민 대부분은 그냥 열심히 산 것 뿐입니다. 누구를 벗겨 먹은 게 아니라고요. 세금 때문에 이제 토요일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할 것 같아요. 이미 너무 힘듭니다. 오늘도 열심히 사는 대한민국의 허리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주모씨)

“장기보유 특별공제는 매년 물가상승분에 대한 보전 기능을 합니다. 대통령은 장특공 혜택을 받아 놓고 다른 사람은 못 받게 하는 건 '내로남불' 아닙니까. 정책을 잘못해 집값 오른 것을 왜 장기 거주자에게 뒤집어씌우려 하나요. 역사는 이재명 정부를 부동산 혼돈의 시대로 기억할 겁니다.”(조모씨)

“비거주 주택에 대한 세금을 인상한다는데 왜 민주당이 집권하면 부동산 세금을 건드려 사람 힘들게 합니까? 평생 집 한 채 갖고 있습니다. 투기성도 아니고 젊을 때 지방 근무하다 서울 발령 나서 애들 키워보자고 무리해 대출받아 그 많은 이자 지급해가며 오래 버텼습니다. 그게 죄악입니까? 정신들 좀 차리고 정책을 하세요. 정말 민주당 좋아하고 이 대통령 좋아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나이 들어 대안도 없는데 자꾸 몰아붙이니 짜증이 납니다. 수십 채 가지고 서민들 피 빠는 사람들이 집값 좌지우지 못 하게 하는 정책으로 가세요. 제발 평범한 서민 건드리지 말고요!”(백모씨)



김성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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