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연계 특별강연회 '맛 대 맛'에 앞서 박원근의 유묵 전시 관련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최근 애국지사의 글씨로 소개한 서예 작품이 ‘친일파’ 유물로 확인된 것과 관련해 공식 석상에서 사과했다.
유 관장은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맛대맛’ 특별 강연에서 “최근 박물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유 관장은 “‘우리들의 밥상’ 전시에 선보인 서예 작품과 관련해 착오를 일으켜서 국민들께 혼란을 드린 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이는 전시는 기본적으로 물질문화를 다룬다”며 나라가 어려울 때 밥 한 그릇이 갖는 의미를 주목하고자 유묵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물의 정확한 의미를 읽지 못한 것은 (박물관의) 역량 부족이자 실수”라며 “앞으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관장은 “(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백번을 잘하는 것보다 한 번 실수 안 하는 게 (박물관으로서) 더 옳다”며 “‘일반시국은’ 문구가 가진 의미는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물관은 지난 7월 개막한 ‘우리들의 밥상’ 전시에서 소개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이 친일파의 글씨로 확인되면서 전시품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인(韓人) 박원근’이라고 적힌 족자 형태 유묵으로 박물관 측은 이를 개인소장가로부터 대여한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했다. 유묵의 전시 소식을 뒤늦게 접한 유족이 작품 앞에서 무릎 꿇고 흐느껴 우는 사진이 공개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전시 한 달여 만에 제보를 통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또 다른 이름이 박원근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박중양은 일제강점기 중추원 참의, 황해도지사, 충북도지사, 일본제국의회 귀족원 칙선의원 등을 지냈으며 1919년 3·1 운동 진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박물 특별전에서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된 전시품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유묵이라는 조사 결과가 지난 7일 발표됐다. 박물관 측이 유묵 검증 과정을 소개하며 제시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과 박중양의 다른 글씨 비교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당시 유 관장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은 박물관이 국민 앞에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데 이에 대해 미흡했다”며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한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 전시품 검증 절차를 더욱 강화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박원근 지사의 유족께 조사 경위와 결과를 설명하고 거듭 사과드릴 예정”이라며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근현대사 분야 전문가 자문 등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