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10일 서울 마포대교에 '한번만 더 동상'이 놓여 있다. 이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뉴스1
지난해 국내 자살 사망자가 전년보다 972명 줄었다. 잠정 집계 기준 1만3900명으로, 전년(1만4872명)보다 6.5% 감소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감소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1~5월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줄었다.
정윤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10일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진행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살로 내몰릴 수 있었던 한 분 한 분의 삶이 지켜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묵묵히 자살예방을 위해 애써주신 많은 분들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며 “이 흐름을 어떻게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변화로 이어갈 것인가에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지난 5월 취임한 정 이사장은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정책실장과 사회복지정책실장을 지냈다. 의료와 복지 정책을 두루 다룬 그는 자살예방에서도 두 영역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단은 국가 자살예방 정책을 지원하며 자살시도자와 유족 지원, 지역사회 협력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정 이사장은 최근 자살 사망자 감소를 어느 한 정책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부와 지자체, 의료기관, 경찰·소방, 복지기관과 민간단체의 노력이 쌓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살예방을 정신건강에만 한정하지 않고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돌봄 부담까지 함께 살피기 시작한 점을 중요한 변화로 꼽았다.
“당장의 생계가 막막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가 있거나 가족을 돌보는 부담이 너무 큰 경우처럼 삶의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힘드시죠, 상담받으세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가장 힘드신가요?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에게는 복지·고용 지원을, 빚에 짓눌린 사람에게는 금융·채무조정을, 간병에 지친 가족에게는 돌봄 서비스를 연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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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고위험 가구에 생계비 30만원 지원
정윤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이 10일 2026 자살예방의날 기념식에서 축하를 하고 있다.
복지부가 이날 공청회에서 공개한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6~2030년)안에도 이런 방향이 담겼다. 정부는 자살 고위험 가구에 읍면동 재량으로 긴급생계비 30만원을 우선 지원하고, 109 상담 중 채무 문제가 확인되면 채무상담기관에 연계하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 정신응급입원 환자가 퇴원할 때는 시군구청장이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공청회 의견 등을 수렴해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현장에서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의 의미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위기의 순간 어디로 연락해야 할지 몰랐던 사람에게 “일단 109에 전화해보자”고 생각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그때 전화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더라면…”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감소세를 이어가기 위해 가장 힘쓰고 싶은 일은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사람을 먼저 찾는 것이다. 그는 “자살을 생각하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의 어려움을 주변에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며 “본인이 직접 도움을 찾아오기만을 기다려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 자살예방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고 복지·보건·의료체계의 연결을 강화하려는 이유다.
정 이사장은 가족과 이웃에게도 “주변에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는 분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먼저 안부를 물어봐 달라”고 당부했다. 혼자 어려움을 견디는 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지금의 어려움이 삶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10일 웨스틴 조선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2026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에서 다섯번째)과 정윤순 이사장(왼쪽에서 네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