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1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엄중히 바라보겠다”고 했다. 용 후보자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버티기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자 여당이 나서 사실상 자진 결단을 압박한 것이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용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 안팎의 평가와 의견을 비상하게 취합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에 당 차원에서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 있느냐’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었다. 김민석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야당의 낙마 공세를 받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지켜볼수록 잘 된 인사”라며 적극 방어했지만, 용 후보자에 대해선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당내에선 지도부가 사실상 용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관이 되도 기본소득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고 버티는 용 후보자를 향해 그간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해왔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보겠다”(박 대변인)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용 후보자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한 직후 기류가 확 바뀌었다. 재선 의원은 “지도부의 표현이 강해진 건 지금 상태로는 당이 적극적으로 용 후보자를 엄호하기 어렵다는 뜻”이라며 “후보자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메시지로 봐야 한다”고 했다.
용 후보자의 겸직 의지를 두고 “과한 욕심, 무리수로 인해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쪽으로 여론이 흘러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던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다시 한 번 용 후보자를 비판했다. 박 장관은 “두 번이나 비례를 한 분이 장관까지 하려는 것에 대해 청년층을 중심으로 ‘과도한 욕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당사자 본인도 이를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용 후보자가 장관으로 부적합하다(61%)는 응답은 적합하다(13%)는 답변을 크게 웃돌았다.
청와대와 정부는 악화한 여론을 언급하면서도 우선 “청문회를 통한 소명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항상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장관 후보자가 국민께 설명드릴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제기하시는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의혹은 청문회를 통해 후보자가 소명하고, 부족한 부분은 국민과 의원들의 질타를 듣고 답변할 국회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했다. 용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인사와 관련해서는 공식 채널을 통해 돌아가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용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저의 정치적 결정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무겁게 듣고 있다”며 “제가 국민만 믿고 의정 활동을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국민만 보고 필요한 부분들을 소상하게 설명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용 후보자가 민주당뿐 아니라 청와대와도 사전 조율 없이 ‘마이웨이’ 기자회견을 강행해 여론을 자극하면서 당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좁아졌다는 한숨이 나온다. 청와대가 지명 철회 등 정무적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여당이 먼저 거취를 요구하기도 어려운데, 용 후보자를 방어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국회 성평등위원회 소속 의원은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방어해야 할 의원들과 최소한의 교감도 없이 여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까지 ‘억측과 악선동’으로 치부했다”며 “용 후보자 스스로 민주당이 엄호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용 후보자를 더욱 몰아붙였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용 후보자를 앞세운 좌파 카르텔이 이재명 대통령 머리 위에 있어 지명 철회는 엄두도 못낼 것”이라고 힐난했다. 주진우 의원은 이날 용 후보자를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인사청문회 일정 협상도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전날 국민의힘은 용 후보자의 남편 박기홍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은 물론 청와대의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까지 무더기로 증인 채택을 요구해 민주당과 일정을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18일 청문회를 열려면 늦어도 15일까지는 실시계획서를 채택해야 한다”며 “증인 문제에서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 증인 없이 청문회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