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4.01포인트(1.76%) 내린 6,909.91로, 코스닥 지수는 16.28포인트(1.95%) 내린 820.64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동시에 치솟으면서 증시가 다시 ‘고금리 공포’에 휩싸였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 예상에 대체로 부합했지만, 근원 물가의 월간 상승률이 전망치를 웃돌았다. 오는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노동부는 11일(현지시간) 8월 CPI가 전월보다 0.4%,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두 수치 모두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전망치인 0.2%를 웃돌았다. 헤드라인 물가는 예상 범위에 머물렀지만, Fed가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판단할 때 주목하는 근원 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쏠리고 있다.
실제 CPI 발표 직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뛰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발표 전 72.4%에서 발표 후 85.6%로 치솟았다.
블룸버그통신은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금리 인상의 근거가 강화됐다”며 “선물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다음 주 금리 인상을 거의 확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연말 이전에 두 번째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CPI 발표 직후 약 0.05%포인트 올라 4.63%까지 상승했다. 다만 10년물 금리는 발표 전보다 약 0.04%포인트 떨어져 4.92%를 나타냈다. 하지만 전날까지 10년물 금리가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던 만큼 시장에선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패드릭 가비 ING 미주 리서치 책임자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5% 도달은 전망이라기보다 불가피한 일로 보인다”고 짚었다. 전날 30년물 금리도 5.36%까지 오르며 2007년 6월 이후 약 19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6% 내린 6909.91에 장을 마감했다. 7000선을 탈환한 지 이틀 만에 다시 ‘7000피’를 내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조2915억원, 1조2236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은 1조865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중동발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6% 넘게 급등한 것이 증시에 직접적인 충격으로 작용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6.69% 오른 배럴당 102.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6.34% 상승한 배럴당 107.63달러에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생산자물가가 전망치를 웃돈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금 지급 공약까지 국채금리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미국인들에게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이 현실화하면 미국의 연방 재정적자가 1조 달러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결과도 채권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재무부는 기존 20억 달러의 3배인 최대 60억 달러의 국채를 되사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매입액은 약 52억 달러에 그쳤다. 기대만큼 물량이 흡수되지 않자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이 10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두 번째 인상이다. 유럽의 긴축 장기화 우려로 글로벌 채권금리가 상승했고, 미 국채시장에도 추가적인 매도 압력이 가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