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 경찰’이라 불리는 노동감독관을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중앙노동감독관 정원을 1000명 늘렸고, 연말부터 별도의 지방노동감독관도 활동을 시작한다. 산업안전 예방과 임금체불 완화 등에 효과적일 거란 기대가 있는 한편, 전문성 부족으로 감독의 질은 떨어지고 공무원 조직만 비대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우수 노동감독관 포상 수여식 및 전태일 평전 이어쓰기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13일 노동부에 따르면 내년 노동감독관 정원을 700명 늘리기로 했다. 노동기준 분야 160명, 산업안전 분야 540명이다. 앞서 정부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노동감독관 3050명을 단계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2년 연속 1000명씩 늘어 올해 5131명이 됐고,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는 5800여 명, 내후년엔 6100여 명대로 불어난다.
노동감독관은 노동부 소속 특별사법경찰로, 기업 등 사업장에서 노동이나 산업안전 관련 법을 어기지 않도록 예방·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행정지도만 하는 게 아니라 압수수색, 피의자 소환 조사, 송치 등 사법 권한도 행사한다.
정부는 노동감독관 증원이 산업재해·임금체불 등 노동자의 권익 침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성과도 있었다. 올해 상반기 산재 사고사망자는 253명으로 전년 대비 11.8% 감소했다. 임금체불액과 체불 노동자 수도 지난 6월 기준 전년 대비 각각 10.7%, 15.8% 줄었다. 다만 이 같은 성과는 노동감독 강화만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기술·재정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다.
또 공무원 증원은 한번 늘리면 되돌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재정에 부담만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현장에선 단기간에 노동감독관이 급증하면서 이들이 전문성을 갖추고 내실 있는 근로감독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감독관 규모가 늘면서 감독대상 사업장도 지난해 2만4000개소에서 올해 5만개소로 크게 늘었다. 정부는 내년까지 감독대상 사업장을 경제개발협력국가(OECD) 평균 수준인 14만개소(전체 사업장의 7%)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박경민 기자
연말부터는 지방노동감독관도 생겨난다. 오는 12월 8일 시행되는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30명 미만 사업장의 감독 권한 일부를 노동부 장관이 광역시·도지사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제주도가 지방정부 최초로 22명 규모의 감독 전담 부서를 설치했고, 경기도는 지방감독관을 170명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제조업 관계자는 “지역의 소규모 사업장은 대부분 70~80대 사장이고 법도 잘 모른다”며 “감독이 강화된다니 영업에 지장이 생길까봐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는 노동감독관의 전문성과 역량 증진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특히 지방감독관이 권한을 오남용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방정부가 처리하기 어려운 고난도 수사는 관할 지방노동관서에 이첩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구현경 노동부 근로감독협력과장은 “그간 소규모 사업장까지 촘촘히 감독하기엔 인력이 부족했다”며 “지방노동감독관은 사업장의 법 위반을 예방하고 노무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하는 게 주된 역할이기 때문에 사업주가 경영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