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소방수’로 선임된 로베르토 모레노(스페인)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의 각오는 짧고 명료했다. 모레노 감독은 1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자신을 보좌할 코칭스태프 5명과 함께 한국 땅을 밟았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과 환한 미소로 인사를 주고 받았다. 모레노 감독을 응원하기 위해 공항을 찾은 시민도 수십 여명이었다.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모레노 임시 감독(맨 앞). 뉴스1
입국장에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진 모레노 감독은 “큰 꿈과 책임감을 갖고 한국에 왔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게 돼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 새판 짜기에 나선 축구협회는 홍명보 전 감독의 후임으로 올해 대표팀의 남은 일정을 지휘할 임시 감독 뽑기 위한 공개채용에 나섰다. 현 위원장은 모레노 감독을 지원자 중 한국 축구에 가장 적합한 지도자로 낙점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모레노 감독의 대표팀 임시 감독 선임안을 의결했다.
모레노 감독은 에두아르도 도캄포 수석코치를 비롯해 분석·훈련방법론 전문가인 하신트 마그리냐 코치, 스페인 하부리그 지도 경력의 빅토르 브라보 데소토 코치,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동한 하비에르 초카로 피지컬 코치, 라리가 10년 경력의 니코 보쉬 골키퍼 코치와 사단을 이뤘다. 여기에 축구협회는 전임 지도자로 활동하는 조용형 코치와 이재홍 피지컬 코치를 합류시켜 코칭스태프 구성을 끝냈다.
모레노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한국 감독직을 원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영광”이라며 “입국 전까지 매일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서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를 펼쳤는지 분석했다. 한국 문화도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북중미 월드컵에 대해선 “누구에게나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하지만 이제는 앞을 바라보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고 이미 벌어진 일을 절대로 잊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레노 감독 사단. 맨 왼쪽은 현영민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 연합뉴스
모레노는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9~11월 A매치 6경기를 치른다. 데뷔전은 오는 24일 에콰도르전(수원)다. 이후 28일 우루과이(서울)와 맞붙고, 다음 달 2일 베네수엘라(울산), 6일 우즈베키스탄(용인)을 상대로 평가전을 치른다. 11월에도 두 차례 A매치가 예정돼 있다. 모레노 감독은 “대표팀을 더 나은 팀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하나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이 6경기에서 거둔 성과에 따라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을 포함했다. 모레노 남독은 “목표는 내 앞에 주어진 과제(A매치 6경기)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많은 경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어진 경기만 바라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모레노가 대표팀 감독으로 갖는 첫 일정은 14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공식 기자회견이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9~10 A매치 4경기에 나설 대표팀 1기 명단도 발표한다.
밝은 미소로 인사하는 모레노 감독. 연합뉴스
모레노 감독은 이렇다 할 선수 경력은 없다. 지도자로는 루이스 엔리케 파리생제르맹 감독의 ‘오른팔’로 이름을 알렸다.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전 소속팀 감독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엔리케는 현시점 유럽축구 최고의 명장으로 꼽힌다. 모레노는 엔리케가 이탈리아 명문 AS로마 사령탑을 맡은 2011년부터 수석 코치로 그를 보좌했다. 이후 셀타 비고와 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를 거쳐 스페인 대표팀까지 8년 가까이 동행했다.
모레노는 스페인 대표팀 코치였던 2019년 3월 엔리케 감독이 딸의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우자, 임시로 지휘봉을 잡아 3경기를 치렀다. 그해 6월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해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스페인을 202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본선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엔리케가 복귀하면서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홀로서기에 나선 모레노는 AS모나코(프랑스), 그라나다(스페인), 소치(러시아) 등을 지휘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