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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때 너무 많이 만들어”…14억L 쌓인 위스키에 날벼락, 왜 [GMC]

중앙일보

2026.09.12 23:07 2026.09.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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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Money Club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에 전 세계 3년치 소비량에 달하는 스카치위스키가 쌓이면서 관련 업계가 1980년대 이후 최악의 불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폭발했던 주류 수요를 기대하고 생산을 늘렸으나, 수년 뒤 술이 출하되는 시점에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다. 중앙일보 글로벌머니클럽(GMC)이 13일 블룸버그 데이터와 글로벌 주류업체들의 실적을 통해 ‘위스키 불경기’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최근 스코틀랜드에는 ‘위스키 호수(whisky loch)’가 생겼다. 실제 호수가 아니라 공급 과잉으로 창고에 술이 넘쳐나는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현재 스코틀랜드에서 오크통에 담겨 숙성 중인 위스키는 약 14억L다. 10년 전만 해도 4억L가 채 되지 않았지만 10년 새 3.5배 넘게 불어났다. 현재 전 세계가 마시는 속도를 기준으로 약 3년치다.

지난 10여 년간 주류업계는 조니워커를 제조하는 영국 디아지오처럼 ‘더 비싼 술을 파는’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웠다. 디아지오 전체 매출에서 프리미엄급 이상 제품 비중은 2019년 56%에서 2025년 65%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위스키는 수년간의 숙성을 거쳐야 하는 특성상 단기 수급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호황기에 채워 넣은 오크통의 위스키가 수요 절벽을 맞은 지금에서야 쏟아져 나오며 창고를 채우고 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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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세게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많은 증류소가 생산량을 3분의 1 이상 줄였고, 디아지오는 테이니니크 증류소 생산을 중단했다. 약 160개 증류소 가운데 최대 40곳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잭다니엘스를 만드는 미국 브라운포맨도 생산과 증류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위스키는 오늘 생산을 줄여도 효과는 몇 년 뒤에야 나타난다. 반면 지금 팔리는 위스키에는 몇 년 전의 높은 원가가 반영돼 있다. 생산을 줄이면 공장 가동률까지 떨어져 당장의 비용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주류 소비 감소가 경기 침체만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는 점도 부담을 키운다. 미국 주류 판매량은 2019년 대비 13% 감소했는데, 도이체방크 조사 결과 음주를 줄이는 이유로 가격 부담(17%)보다 건강과 웰빙(29%)을 꼽은 응답이 훨씬 많았다. 여기에 비만치료제의 확산으로 식욕과 함께 음주 욕구까지 줄어드는 현상이 관측됐다.

글로벌 주류 업체는 궤도 수정에 나섰다. 디아지오는 초고가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중저가 라인업과 캔 하이볼, 저·무알코올 제품군을 강화하며 10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에 착수했다. 미국과 중국에서 두 자릿수 매출 감소를 겪은 프랑스 페르노리카는 전년 대비 7% 성장한 인도 시장으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특히 영국·인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스카치위스키 관세가 종전 150%에서 75%로 대폭 인하된 점이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브라운포맨은 생산과 증류부터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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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코로나 때 세운 ‘고급 술 고성장’ 전략을 저성장 시장에 맞게 다시 짜고 있는 것이다. 창고에 갇힌 14억L의 술이 ‘팔릴 술’이 될지, ‘남은 술’이 될지는 미국의 소비심리 회복과 인도의 수요 확대 속도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UBS·도이체방크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이들의 주가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떨어졌음에도 투자의견을 ‘중립’ 또는 ‘보유’로 묶어뒀다. 주가가 싸졌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판매량이 돌아오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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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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