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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를 EU ‘준회원국’으로…100년 대미 협력 바꾸려는 카니의 승부수

중앙일보

2026.09.12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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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51번째 주 편입 압박과 관세 보복 조치에 시달려온 캐나다가 유럽연합(EU)의 ‘준회원국’ 지위를 얻어 새 활로를 모색하려 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반세기 넘게 미국에 의존하고 있던 경제 구조를 유럽 쪽으로 돌려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불을 놓겠다는 게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의도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지난 6월 16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및 중동 정상들과의 업무 오찬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지난 6월 16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및 중동 정상들과의 업무 오찬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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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넘은 협력 역사 끝”…대미 협상 결렬 뒤 EU 밀착 급물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카니 총리가 지난 수개월간 프랑스·이탈리아·독일은 물론 유럽 내 비주류 왕족 등 유럽 지도자들과 비공개 회담을 갖고 캐나다를 유럽에 깊숙이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카니 총리가 직접 EU 준회원국이라는 새로운 지위를 제안했고 EU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달 21일 대미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본격화한 지난해 3월 “경제 통합과 긴밀한 안보 협력에 기반했던 미국과의 옛 관계는 끝났다”며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북미 관계 연구자인 노먼 힐머는 WSJ에 “100년 넘게 이어진 긴밀한 미·캐나다 협력의 역사가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U 준회원국 구상의 핵심은 정식 가입 절차라는 부담을 피하면서 21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유럽 단일시장의 빗장을 열겠다는 데 있다. 방산·에너지인공지능(AI)·광물 등 핵심 전략 산업에서 양측 간 상품·서비스뿐 아니라 전문 인력까지 국경 없이 오가도록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세부 협력안은 양측 실무그룹에서 조율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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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에너지·AI부터 인력 이동까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6월 15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6월 15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카니 총리의 유럽 밀착 기조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방산 분야가 대표적이다. 캐나다는 독일과 조율 끝에 독일·노르웨이 합작 잠수함을 250억 달러(약 33조 원) 규모로 도입하기로 지난 7월 합의했다.

에너지 수송망에서도 캐나다는 기존 미국으로 보내던 캐나다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돌리기 위해 신규 가스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쇄빙선으로 북극 북서항로를 열어 캐나다산 비료를 유럽으로 실어 나르는 구상도 함께 거론된다. 캐나다와 유럽은 해저케이블과 데이터센터 등을 공동으로 구축해 미국 빅테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도 논의하고 있다.

인력 교환과 교육도 협력 대상으로 꼽힌다. WSJ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논의에선 캐나다인의 무비자 거주·취업을 허용하는 방안까지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EU의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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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때부터 달러 의존 경계했던 카니

이런 실행이 가능했던 데는 카니 총리의 독특한 이력이 영향을 미쳤다고 WSJ는 분석했다.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와 외국인 최초의 영란은행(BOE) 총재를 지낸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달러 패권의 위험성을 우려하고 대안을 고민했다.

총리에 취임한 후에는 참모들에게 영국·노르웨이·스위스 등 EU 비회원국들의 협력 모델을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 공유부터 규제 협력까지 국가 간 협력 기능을 36개 항목으로 나눠 캐나다와 유럽이 더 긴밀해질 수 있는 분야를 추렸다.

그러나 유럽이 처음부터 적극적인 건 아니었다. 캐나다가 지난해 10월 유럽 담당 특사를 임명한 뒤 EU가 협상 상대를 정하는 데만 두 달 넘게 걸렸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키어 스타머 당시 영국 총리 등 일부 정상이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망설였기 때문이다. 기류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와 이란전쟁을 거치며 바뀌었다. 유럽에서도 미국 리스크에 대비해 캐나다와의 협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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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에 지지율 62%…미국 시장 대체·주권 논란은 숙제

미국과 무역 전쟁 국면에서 급반등한 국내 지지율도 카니 총리의 탈미국 행보에 힘을 실었다. WSJ에 따르면 카니 총리가 총리직에 도전할 당시 집권 10년째였던 자유당은 여론조사에서 25%포인트 열세에 놓여 있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면서 판세가 급변했다. 반미 여론이 캐나다 정체성을 강조하는 자유당의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국내 여론 역시 카니 총리에게 유리하다. 캐나다 여론조사기관 앵거스리드연구소(ARI)의 이달 초 여론조사를 보면 카니 총리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62%로 지난달보다 11%포인트 올랐다. 미국과의 무역관계가 악화하더라도 수용하기 어려운 양보는 해선 안 된다는 응답은 73%였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달 22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미국과의 무역협상 결렬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달 22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미국과의 무역협상 결렬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캐나다와 EU가 결합하더라도 미국의 거대한 수요를 대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WSJ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세계의 ‘최종 소비자’ 역할을 마다하는 상황에서 캐나다와 EU가 서로의 생산물을 충분히 흡수할 준비가 돼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유럽과 결속력이 커질수록 주권 논란이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U 시장에 폭넓게 접근하려면 예산 분담, 유럽 노동자 수용, EU 규제 준수 등을 요구받을 수 있어서다. WSJ는 “앨버타주와 퀘벡주 등 분리주의 움직임이 여전한 곳에선 이런 문제가 특히 민감할 수 있다”고 짚었다

카니 총리는 오는 17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구상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열릴 캐나다·EU 정상회의에선 새로운 실무그룹 출범이 발표될 전망이다. 캐나다 고위 관계자는 WSJ에 “캐나다가 스스로를 북미 국가로 바라보던 데서 대서양 양안을 잇는 국가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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