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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세는 세계 1위, 청년 일자리는 외환위기 수준…‘고용 없는 성장’의 그늘

중앙일보

2026.09.13 00:49 2026.09.1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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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강력한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할 거란 신호다. 하지만 고용 시장의 온도는 반대다. 특히 20대 등 청년층의 취업난이 심상치 않다. 고용 없는 성장의 부작용은 이미 번지고 있다.
10일 부산 영도구 국립한국해양대학교 도서관에서 '2026 취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부산 영도구 국립한국해양대학교 도서관에서 '2026 취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8월 한국의 CLI는 102.87로 2021년 5월(102.88)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CLI는 6∼9개월 후 경기 흐름을 미리 가늠하는 지표다. 기준선인 100보다 높으면 향후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장기 추세를 웃돌고, 100보다 낮으면 밑돈다는 의미다. 한국 CLI는 지난해 1월 99.14까지 떨어졌다가 2월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올해 8월까지 19개월 연속 상승이다.

한국 CLI는 OECD가 공개한 17개국 중 1위다. 한국이 1위를 차지한 것은 2020년 5월(99.46) 이후 6년 3개월 만이다. CLI는 제조업 업황 전망, 주가, 교역 조건 등 6개 지표로 구성된다. 한국 CLI를 끌어올린 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강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입품에서 비중이 가장 큰 건 유가, 수출품은 반도체인데 반도체 가격이 유가보다 훨씬 빨리 올라 교역 조건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하는 경기 예측지표인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비슷한 흐름이다. 9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 7월 104.2를 기록했다. 2000년 8월(104.6) 이후 약 26년 만에 최고치다. 한국은행 등 국내외 주요기관은 올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3.2~3.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ECD CLI나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등을 고려하면 전망치에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를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려놨지만, 고용시장엔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는다. 대표적인 자본집약적 산업인 반도체는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다. 성장의 과실이 다른 산업이나 일자리로 흘러내리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겉으로 본 고용시장의 큰 흐름 자체는 나쁘지 않다.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고용률은 63.3%로 보합 수준이었고, 취업자 수 또한 20만 명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핵심인 제조업 취업자가 26개월 연속 감소한 가운데 8월엔 내수 업종인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도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고령층 취업자만 늘고, 청년층은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20대 취업자는 월평균 327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7만2000명)보다 19만3000명 줄었다. 감소한 인원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5만 명) 이후 가장 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14만2000명)이나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하던 2020년(-11만1000명)보다도 감소 폭이 컸다.

인구 감소를 고려해도 고용 부진은 뚜렷하다. 올해 1∼8월 20대 인구는 월평균 555만 명으로 전년 대비 3.5% 줄었는데, 취업자 수 감소율은 5.6%였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20대 고용률은 59.1%로 전년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20대 고용률이 60%에 못 미친 건 2021년(56.7%) 이후 5년 만이다.

부진한 고용률은 30대에서 80.9%로 훌쩍 뛴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안착 시점이 과거 20대에서 30대로 이동하는 흐름이 반영됐다. 경력 중심의 채용 관행 변화, 인공지능(AI) 가속화와 맞물린 기업의 인력 재편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취업 시기가 늦춰지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연령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내수를 비롯해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정부도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 청년 대책을 내놓으며 긴급 대응에 착수했지만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의 취업이 늦어지는 과정에서 노동시장에 발을 딛지 못하고 ‘쉬었음’과 같은 비활동 상태를 이어갈 수 있다”며 “일 경험과 훈련 등을 통해 노동시장과 청년층을 조기에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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