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자진 사퇴하며 성평등가족부 장관의 ‘낙마 잔혹사’가 되풀이됐다. 성평등부와 전신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인사는 김행·강선우·용혜인 후보자 등 최근 3년 새 3명째다.
용 후보자는 이날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가 결단해달란 의사를 전달받고 깊이 고심했다”며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직을 수행하기는 어렵고, 여기서 멈추는 것이 민주진보진영 내 연대 정신을 이어가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여당까지 압박을 해오자 결국 물러난 것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023년 9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래 낙마 잔혹사가 반복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김 장관의 후임으로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했지만,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이른바 ‘주식 파킹’ 의혹 등으로 1개월만에 자진 사퇴했다. 당시 김 후보자 검증에 나섰던 것이 용 후보자였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23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이미 사의를 밝힌 김현숙 장관이 계속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김 장관의 사표가 2024년 2월 수리된 뒤에는 신영숙 차관의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졌다. 신 차관은 약 1년 7개월간 장관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6월 당시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인사청문회까지 열렸으나, ‘보좌진 갑질 논란’ 등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후보자직에서 물러났다. 2005년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후 현역 국회의원이 낙마한 첫 사례였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원민경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새 후보자로 지명했고, 원 후보자가 지난해 9월 여성가족부 장관에 취임했다. 원 장관은 지난해 10월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개편되면서 초대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 일해 왔다. 원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용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새 후보자를 찾을 때까지 부처를 더 이끌게 될 전망이다.
강선우 의원이 지난해 7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성평등가족부 장관직이 정책적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지분 배분을 위한 ‘전리품’으로 전락한 점을 잇따른 낙마 원인으로 꼽았다. 윤왕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전문성보다는 충성도 높은 측근이나 상징적 인물한테 자리를 나눠주는 식으로 변질된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임명권자가 성평등가족부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다 보니 자격 미달 인사가 연이어 지명되고 있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