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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물이 줄줄, 선수촌 맞아?

중앙일보

2026.09.13 08:01 2026.09.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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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항 가든 부두에 조성된 아시안게임 숙소 목조 조립식 컨테이너. [연합뉴스]

나고야항 가든 부두에 조성된 아시안게임 숙소 목조 조립식 컨테이너. [연합뉴스]

13일 일본 나고야항 가든 부두. 평소 공원과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아스팔트 바닥에 목조 조립식 컨테이너 수백동이 다닥다닥 늘어서 있었다. 공사장 임시 숙소를 방불케 하는 이곳은 19일 개막을 앞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선수촌 일부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해당 부지에 선수촌을 지으려던 당초 계획을 백지화하고 임시 숙소 활용 방안을 발표했다. 컨테이너형 숙소 약 200동에 각국 선수단 2000명, 14일 나고야항 긴조 부두에 정박하는 이탈리아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에 4000명, 시내 호텔에 9000명을 각각 분산 수용한다는 내용이다. 개최 비용 절감, 지속 가능성 향상 등의 명분을 댔다.

하지만 당초 1만5000명 안팎이던 참가자 규모가 지난 3월 정식 종목 추가 결정과 함께 1만7000명까지 불어나며 문제가 생겼다. 초과 인원을 기존 숙소에 꾸역꾸역 밀어 넣다 보니 숙박 대란이 발생했다.

대회 개막 이전에 열리는 조별리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일찍 나고야에 입성한 한국 남자농구대표팀도 문제의 컨테이너형 숙소를 사용 중이다. 가드 변준형은 지난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숙소 화장실 세면대 물이 줄줄 새 바닥이 흥건하게 젖은 영상과 함께 “살려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한국 농구대표팀 변준형은 SNS를 통해 화장실 세면대에서 물이 줄줄 새는 영상을 공개하며 고충을 토로했다. [사진 변준형 SNS]

한국 농구대표팀 변준형은 SNS를 통해 화장실 세면대에서 물이 줄줄 새는 영상을 공개하며 고충을 토로했다. [사진 변준형 SNS]

21평 남짓한 컨테이너 숙소 한 동 수용 인원은 최대 6명이다. 1인용 침대 길이는 1m95㎝. 연장용 매트리스를 연결할 순 있지만 2m 안팎의 농구선수들에겐 불편하다. 이현중(2m2㎝)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숙소 생활이) 힘들지만 불평해도 어쩔 수 없다”면서 “어떻게 하면 쾌적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 방법을 찾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중국 남자농구대표팀이 3인 1실에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을 쓰는 상황이 보도된 후 중국 내에선 “선수촌이 아니라 난민촌에 가깝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정재용 대한민국농구협회 부회장은 “숙소 상황만 놓고 이야기하면 역대 최악이다. 2m를 훌쩍 넘는 선수들에게 다리를 충분히 뻗을 수 없는 침대를 배정한 게 말이 되느냐”면서 “크루즈선에 마련한 임시 숙소는 더욱 열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숙소 내부에 침대 2개가 붙어있다. [사진 일본 TBS]

숙소 내부에 침대 2개가 붙어있다. [사진 일본 TBS]

최근 나고야 일대를 덮친 기록적 폭우는 임시 숙소의 취약점을 더욱 선명히 드러냈다. 지난 8~9일 시간당 1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자 컨테이너에 머무르던 선수단 4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폭우를 피해 고층 주차장 맨바닥에 드러누운 모습이 SNS에 퍼지기도 했다. 일부 경기장에선 누수 피해도 잇따랐다. 13일 나고야 시내 전철 역사 천장 일부에서 물이 새서 양동이로 받고 있었다.

41개 종목 1052명으로 구성한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은 17일 출국하는데, 경쟁자들 뿐만 아니라 열악한 숙소와도 사투를 벌여야 할 처지다. 대회조직위 예산을 각국 선수들 컨디션과 맞바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김효경.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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