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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분쟁에도 최대 실적…고려아연, 선제 투자 통했다

중앙일보

2026.09.13 08:02 2026.09.1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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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이 미국 테네시주 제련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이 미국 테네시주 제련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고려아연]

고려아연이 영풍·MBK와 2024년 9월부터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는 가운데에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발전으로 핵심광물 수요가 늘어난 데다,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과의 공동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12조4446억원, 영업이익 1조3332억원으로 사상 최대 반기 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6조5879억원, 영업이익 1조2319억원으로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올린 데 이은 호실적 행진이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4%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상승하며 수익성도 좋아졌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수익성 개선의 비결은 선제적인 귀금속, 희귀금속(핵심광물)에 대한 투자였다. 지난해 초만 해도 비철금속 시장에선 아연정광 가격이 올라 고려아연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당시 희귀금속 회수율을 20~30% 끌어올리는 전략을 내놨다. 국제정세 불안으로 금·은 등 귀금속과 인듐·안티모니 등 희귀금속 가격이 치솟으면서 고려아연은 국내 비철금속 업계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다.

고려아연은 최근 반도체 황산 생산능력을 32만t 규모로 늘리며 선제적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황산은 반도체 공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필수 소재다. 고려아연은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던 2024년부터 업황 반등을 대비해 황산 라인 증설에 나섰는데, 향후 2030년까지 생산량을 50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희귀금속이 비싼 몸이 되면서 일찌감치 투자했던 ‘도시광산’도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는 지난해 창립 이래 처음 영업이익을 냈다. 이 회사는 2022년, 폐전자제품에서 구리 등 다양한 금속을 뽑아내는 기업을 인수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고려아연은 이런 도시광산을 통한 구리 생산량을 2023년 3만t에서 2028년 15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미국 테네시주에 통합제련소를 설립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비철금속 12종과 반도체 황산 등을 생산하는 이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가 투자자로 직접 나서기도 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CSIS는 지난 7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 프로젝트를 한·미가 공동으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례로 언급하며 “한미 동맹이 단순 무역관계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면서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두고도 고려아연 측과 영풍·MBK 간 주도권 다툼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영풍 측이 프로젝트 관련 행사를 개최하자 고려아연은 사전 협의 없는 행사로 혼선을 일으켰다며 반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놓고 회사와 최대주주가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는 일이 반복되면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윤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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