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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K방산…‘메이드 인 유럽’으로 유럽 뚫는다

중앙일보

2026.09.13 08:02 2026.09.1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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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폴란드 브라니에보의 전술훈련장에서 ‘K2’ 전차를 활용한 훈련이 진행됐다. 폴란드에 208대가 배치된 K2 전차는 ‘현지화’를 앞세워 유럽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석경민 기자

7일(현지시간) 폴란드 브라니에보의 전술훈련장에서 ‘K2’ 전차를 활용한 훈련이 진행됐다. 폴란드에 208대가 배치된 K2 전차는 ‘현지화’를 앞세워 유럽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석경민 기자

지난 7일(현지시간) 폴란드 북동부 최전선인 브라니에보의 야외전술훈련장. 현대로템이 수출한 K2 전차 두 대가 진흙밭에 깊은 궤도 자국을 내며 빠르게 파고들었다. 멈춰선 K2는 유기압식 현수장치(ISU)를 이용해 차체를 높이거나 낮추면서 사격 각도를 조절했다. 50t이 넘는 육중한 전차가 차체를 낮추고 포신을 앞으로 뻗은 모습은 K2의 별칭 ‘흑표’처럼 흑표범을 연상시켰다.

훈련이 끝나자 정비 인력 두 명이 포탑 위에 올라 케이블을 살폈다. 케이블이 조금만 어긋나도 사격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늘 사격훈련 전후에 점검한다. 현지에 파견된 현대로템 직원은 이들이 정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브라니에보에서 러시아 국경까지는 5㎞ 남짓이다. 훈련장을 떠나 북쪽으로 차를 몰아 10여분을 가자 국경검문소가 나왔다. 오가는 차도, 사람도 없는 차단봉 너머는 러시아 발트함대의 주요 거점이자 미사일 등 전략자산이 배치된 칼리닌그라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전선의 최전방을 지키는 건 한국산 K2다. 현대로템은 2022년 말 인도를 시작해 2025년까지 1차 계약분 180대를 납품했고, 지난달 2차 계약 첫 물량 28대가 추가 인도되면서 현재 폴란드에 배치된 K2는 208대다. 브라니에보 기갑여단에서 K2 부대를 지휘하는 마리우시 중위는 “우리는 러시아 국경과 가장 가까운 군부대다. 그래서 새 전차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운용하던 전차에 비해 K2가 기동성과 화력에서 장점이 있다고 했다. 자동 표적추적과 자동장전장치 등을 갖춘 덕분에 험지에서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표적을 계속 추격하며 사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리우시 중위는 K2를 “땅 위의 디지털 전투기”라고 표현했다.

전차 운용에서 제원 못지않게 중요한 숫자가 전차의 ‘가동률’이다. 주행이나 사격 등 본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차의 비율을 뜻하는 수치다. 통상 방산업계에선 전차 평균 가동률을 70%로 보지만 폴란드에 배치된 K2의 가동률은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단스크 ISS센터가 2024년 문을 열면서 현지에서 빠르게 유지·보수·정비(MRO)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곳엔 현대로템 주재·파견 인력 등이 근무하면서 전차 운용 문의에 답해주거나 수리에 필요한 기술 자문, 정비병 교육 등을 맡고 있다. 훈련 현장에 나가 군과 함께 합동 점검을 하기도 한다. 폴란드 전차에 이상이 생기면 한국 본사에서도 알 수 있게 돼 있다. 정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시스템이다.

이처럼 K방산은 ‘현지화’를 내세워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폴란드 키엘체에서 개막한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선 K방산과 폴란드 업체간 협업 사례가 눈에 띄었다. 현대로템이 전시한 K2 전차에는 폴란드 업체 ‘미란다’의 위장막이 씌워져 있었다. 현대로템이 현지 업체 ‘오브럼’과 공동 개발 중인 교량전차 모형도 전시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선보인 폴란드형 다연장로켓 천무 ‘호마르-K’에는 한국산 차량 대신 폴란드 ‘옐츠’ 트럭이 적용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유럽 시장에서 K방산의 강점으로 꼽혔던 것은 빠른 납기였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유럽 각국이 역내 생산과 공급망 확보에 나서면서 현지 생산과 정비 역량이 방산기업의 화두로 떠올랐다. 전쟁 장기화로 무기를 유럽 역내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성도 커졌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방산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높은 역내 생산 비율을 내걸면서, 완제품 수출만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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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기업들, 외국군 훈련 같이 나가기도

김혜령 방위사업청 대령은 “2025년까지는 폴란드가 필요로 하는 시기에 무기체계를 적기 납품하는 것이 한국 기업의 강점이었다. 다음 단계는 현지에서 운영·유지하고 생산하기 위한 산업 협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최대 방산 수요처 중 하나인 폴란드는 K방산의 시험대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맞춤형 ‘K2PL’을 개발하고 현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K2PL 계약 물량 64대 가운데 시제품 3대는 한국에서 만들고 나머지 61대는 폴란드에서 일부 부품을 생산하고 최종 조립한다. 폴란드 업체에 기술 이전도 진행 중이다. 강경태 현대로템 유럽방산법인장은 “실제 사용한 국가가 ‘써보니 좋다’고 나서주면 다른 국가로 확대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K9·천무의 생산뿐 아니라 정비와 부품 공급까지 현지화 범위를 넓히고 있다. 폴란드 K9 2차 실행계약에는 탄약과 통합군수지원, 유지부품 현지 생산과 정비·개량 기술지원이 포함됐다. 폴란드에 구축 중인 부품창고는 디지털 군수지원 포털과 연계해 향후 유럽 K9 운용국까지 지원하는 MRO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는 독일 ‘라인메탈’과 합작사를 세워 단거리 방공무기를 공동 개발하고 유럽 시장에서 함께 판매한다. LIG D&A 관계자는 “유럽 방산의 울타리가 더 강해지고 있는데, 검증된 현지 업체와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완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석경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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