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여교사의 텀블러에 체액을 넣은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의자에게 강제추행 등 성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에 나섰다. 최근 대법원이 음료에 정액을 몰래 넣어 마시게 한 행위를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점이 영향을 미쳤다.
14일 서귀포경찰서와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은 재물손괴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10대 고교생 A군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군은 지난 4월 27일 오후 서귀포시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여교사 B씨가 사용하던 텀블러에 자신의 체액을 넣은 혐의를 받는다.
B씨는 텀블러에서 수상한 액체를 발견해 학교에 알렸고 이후 경찰 신고가 이뤄졌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액체는 남성의 체액으로 파악됐다.
A군은 약 한 달여 뒤인 6월 4일 다시 학교에 침입해 같은 교실에 있던 교사 의자에 소변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교사는 성적 수치심을 호소하며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재 텀블러의 가치를 훼손한 행위 등에 초점을 맞춰 재물손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그동안 유사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물건에 이물질을 넣었더라도 피해자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았다면 성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이와 다른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7월 9일 강제추행·재물손괴 혐의 사건에서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서울의 한 카페에서 손님이 미리 준비한 자신의 정액을 음료에 몰래 넣어 업주가 마시게 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겉으로는 피해자의 물건을 대상으로 한 행위처럼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 피해자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액이 강한 성적 의미를 지닌다는 점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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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강제추행 혐의 적용 여부 법리 검토
이에 따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제주 사건에도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다만 대법원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정액이 들어간 음료를 실제로 마셨다는 점에서 텀블러에 체액을 넣은 제주 사건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는 차이가 있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관련 부서와 함께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