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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의 시시각각] 청년 인지 감수성

중앙일보

2026.09.14 08:18 2026.09.1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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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 논설위원

조민근 논설위원

“청년 세대의 여론이 들끓고 있어 마냥 좌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런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사퇴했다. 스스로를 ‘야당 의원’이라 규정하며 관례에서 벗어난 특권을 주장했던 그는 물러나면서는 ‘여당의 사퇴 권유’ 때문이라고 이유를 댔다. 여당이 꾸린 위성정당의 비례대표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모양이다.

용혜인에게 쏟아진 청년 세대 비토
청년 대변보다 586 ‘퇴행적 복제’
청년 정책도 본질 못 짚고 시늉만

용 후보자의 정체성을 오인한 건 임명권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청와대는 그를 지명하며 ‘여성’만큼이나 ‘청년’을 강조했다. “세대 간, 성별 간 갈등을 넘어 청년 세대와 함께 모두의 성평등으로 나아갈 적임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결정적 비토는 다름아닌 20·30세대에서 나왔다.

용 후보자의 낙마는 청년 정치를 대하는 현 여권과 청년 세대의 인식의 간극이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올해 36세인 용 의원의 나이만 보면 청와대 말대로 청년 정치인이다. 하지만 정작 청년 세대는 그를 자신들의 정서와 가치를 대변하는 정치인으로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586세대 기성 정치인들의 ‘퇴행적 복제’에 가깝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젊은 시절 운동권 경력을 기반 삼아 정치권에 입문한 건 기존 586세대를 복제하듯 닮았다. 하지만 초창기 586세대는 기성 권력에 도전하며 정치적 입지를 넓혀 갔고, 동시대 청년층과도 최소한의 정서적 공감대는 있었다. 반면에 용 의원은 ‘위성정당 비례대표 재선’이란 희귀한 타이틀이 상징하듯 기성 정치권에 줄을 서고, 제도의 빈틈을 파고드는 데 더 능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특권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 했다. 그러니 퇴행적이라 할 만하다. 결과적으로 여권 역시 그런 그를 소모품처럼 썼다. 용 후보자를 낙마시켜 여론을 달래는 대신 더 큰 논란을 부른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키겠다는 태세이니 말이다.

현 여권의 청년 불감증은 사실 뿌리가 깊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국 사태일 것이다. 청년들은 자녀 입시 부정을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그 무딘 시대 감각에 분노했다.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린 성장의 시대를 살아 온 기성 정치인들의 감수성으로는 청년 세대가 왜 그리 공정 문제에 예민한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기껏 청년을 위한다며 내놓는 정책조차 공분을 사거나 조롱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여당 의원이 불쑥 내놓았던 ‘폐(廢)버스 주택’ 이나 좁디좁은 고시원에 욕조를 놓을 수 있게 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발표가 그랬다. 집값에 이어 전월세까지 동시 급등하며 현재 무주택 청년들은 사면초가다. 무리해서 집을 사자니 대출과 전세 등 기성세대가 활용해 온 내 집 마련의 사다리마저 치워진 지 오래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처절한 현실과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는 대신 그저 생색과 시늉만 내려 하니 청년들이 공감하기 어렵다.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체 고용률은 상승 추세를 이어가는 반면, 청년 고용률은 벌써 28개월째 떨어지고 있다. 급기야 20대 고용률은 5년 만에 60% 선을 깨고 내려갔다. 예전 같으면 정부에 비상이 걸리고, 여당은 연일 대책을 촉구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현 여권에선 그런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무 부처는 신규 고용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노란봉투법을 옹호하고 뒷수습하느라 바쁘다.

갓 경제 부처를 출입하던 시절, 보도자료 한 귀퉁이의 ‘성인지(性認知) 예산’이란 낯선 용어에 고개를 갸웃했던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성인지 감수성’ 개념에서 파생된 제도였다. 성별과 관계없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사업처럼 보여도 남성 중심적 사회 구조에 따라 예상치 못한 영향과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니 이를 예민하게 인식해 정책과 예산에 반영하라는 취지다. 정책의 외양이 아니라 실체를 들여다보라는 것이었다. 정치권과 정부의 심각한 청년 불감증을 감안하면 ‘청년 인지 예산’ 제도라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조민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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