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확보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화력발전소의 탄소배출 규제를 대폭 풀기로 했다. 올해 지구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8월을 보냈다는 세계기상기구(WMO)의 발표에도 다음 행정부의 온실가스 규제까지 막겠다는 방침이다.
리 젤딘 미 환경보호청(EPA) 청장이 지난 6월 29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수리 관련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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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전력난에 화력발전 규제 완화
리 젤딘 미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14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에너지 장관회의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도입한 발전소 온실가스 규제 대부분을 폐지한다”며 “전력 부문에 남아 있는 온실가스 규제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젤딘 청장이 언급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는 203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90%를 따로 모아 땅속에 저장하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시 EPA는 “(이산화탄소 포집 시) 미세먼지 등 다른 오염물질도 함께 줄어 2035년 한 해에 조기 사망 약 1200건, 천식 증상 발생 36만 건을 예방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이번에 EPA의 입장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젤딘 청장은 “이런 규제가 발전소를 문 닫게 하고 전기요금을 올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임 행정부들이 ‘석탄과의 전쟁’을 벌였다”며 “규제 폐지로 전기요금이 내려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EPA는 바이든 시기 규제를 없애면 3100억 달러, 남은 발전소 온실가스 규제까지 폐지하면 추가로 3억7000만 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 있는 오픈AI 데이터센터 건물 외부에 냉각용 냉각기(칠러)가 설치돼 있다. 이 데이터센터 건물 한 동은 약 100만 갤런의 물을 냉각에 사용한 뒤 재활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산업계는 이번 조치를 반겼다. 석탄발전 업계 단체인 아메리카스 파워는 “데이터센터·AI·첨단 제조업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가 전력망을 안정시키고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에너지부가 2024년 공개한 보고서는 데이터센터의 미국 전체 전력 소비 비중이 2023년 4.4%에서 2028년 6.7~12%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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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용 발전소 문턱도 낮췄다
EPA는 지난 7월에도 공공 전력망과 연결하지 않고 데이터센터에만 전기를 공급하는 전용 발전시설은 청정대기법상 산성비 프로그램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이산화황(SO₂)과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통제하는 제도에 예외를 두겠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옆에 자체 발전소를 지을 경우 규제 부담을 덜어 건설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에도 온실가스가 사람의 건강과 생활을 위협한다는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을 폐지했다. 해당 판단을 토대로 마련된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도 함께 없앴다.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 1·2위인 운송과 발전 부문의 규제를 연이어 걷어낸 셈이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QTS 애틀랜타-메트로 데이터센터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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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 규제까지 차단 시도…환경단체 “법정서 보자”
EPA는 한발 더 나아가 “청정대기법이 기후변화를 이유로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할 권한을 EPA에 부여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이 해석이 법원에서도 인정될 경우 차기 행정부가 같은 법을 근거로 발전소 온실가스 규제를 되살리는 것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상황과 맞물려 이번 조치에 대한 반발도 상당하다. WMO는 지난 11일 “올해 8월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8월이었다”고 발표했다. 유럽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자료를 보면 8월 전 지구 평균 지표면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65도 높았다. 실제 서유럽에선 5월부터 8월까지 폭염이 반복됐고 프랑스·영국 등은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라인강과 다뉴브강 등 주요 하천의 유량도 이례적으로 줄었다.
환경단체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는 “트럼프 행정부가 산업계의 비용만 따지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데 따른 이익은 계산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발전소 오염이 끼치는 피해를 무시하는 건 청정대기법과 대법원 판례에 어긋난다”며 “법정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소송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