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도 직격탄 맞았다”…이란전쟁서 기지 수백곳 파손·항공기 50대 이상 피해
중앙일보
2026.09.14 23:19
지난 3월 29일 이란의 공습으로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있던 미군 E-3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파괴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중동 지역 미군 기지와 시설 수백곳이 파손되고 군용 항공기 50대 이상이 손상을 입거나 파괴된 것으로 처음 공식 집계됐다.
핵심 요격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재고도 심각하게 소진돼 일부 탄약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감찰관실은 이란 전쟁에서 발생한 미군과 외교시설 피해 규모를 집계한 특별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지난 2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이란의 공격으로 쿠웨이트와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이라크, 요르단에 있는 미군 기지 내 건물과 구조물 수백곳이 파손되거나 파괴됐다.
미군 항공전력의 피해도 상당했다.
F-15E 전투기 4대와 KC-135 공중급유기 7대, AH-6 헬리콥터 4대, MQ-9 리퍼 무인기 최소 30대 등 모두 50대 이상의 항공기가 손상을 입거나 파괴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쟁 과정에서 탄약 재고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
SM-3 함대공 요격미사일과 PAC-3 패트리엇 지대공 요격미사일을 비롯해 JDAM 등 공습용 정밀유도폭탄 재고가 심각하게 소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산업계의 생산 병목 현상까지 겹치면서 일부 핵심 탄약 재고를 전쟁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려면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란의 공격은 미군의 작전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 중부사령부는 공격이 계속되자 병력과 군사자산, 군수물자 저장시설 등을 기존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분산 배치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배치됐던 육군 의무후송부대 헬리콥터도 철수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일부 부상자 이송은 항공이 아닌 육상 수송에 의존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바레인에 있던 미 해군 주요 거점기지가 큰 피해를 입으면서 군수 거점도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섬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의 재보급 주기는 기존 14일에서 18일로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훙 카오 미국 해군장관 대행은 지난 9일 미국 매체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레인 기지 피해와 관련해 “그들이 바레인을 박살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쟁으로 인한 비용 부담도 막대한 수준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2월 28일부터 6월 29일까지 이란 전쟁에 투입된 비용을 334억달러, 약 45조원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 금액에는 파괴되거나 손상된 군사시설과 장비의 복구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군사시설뿐 아니라 중동 지역 미국 외교공관도 타격을 입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공격으로 중동 지역 미국 대사관과 총영사관 등 외교시설이 약 1억8400만달러, 약 25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피해는 이라크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에 위치한 미국 외교시설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기간 중 중동 지역 외교공관 인력도 최대 약 3500명이 미국 본토로 철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보고서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미국 정부가 중동 지역 미군 기지와 장비, 외교시설 피해 규모를 종합적으로 공개한 첫 공식 집계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