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6시20분. 지리산을 종주 중이던 이기수(54)씨는 나무 꼭대기에 거대한 검은 물체가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멸종위기종인 야생 반달가슴곰이었다.
이씨는 “숲에서 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곰이었고,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길래 카메라를 켜고 촬영했다”며 “그러다 볼 일이 끝난 건지 내려오는 것을 보며 놀라서 뛰어올라 갔다”고 말했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복원 중인 반달가슴곰이 탐방로 인근이나 도로 등에 출현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지리산국립공원 화개재에서 토끼봉으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나무를 타는 반달가슴곰이 목격됐다.
14일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이 보낸 곰 출몰 주의 문자메시지. 국립공원공단 제공
14일에는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가흥리의 한 도로에 반달가슴곰 어미와 새끼가 출몰했다. 주민의 제보를 받은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은 근처에 있는 1638명 대상으로 행동요령 등이 담긴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반달가슴곰 어미와 새끼는 도로 주변을 몇 시간 동안 서성이다가 산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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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먹이 활동 집중해 경계 소홀”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공단
이렇게 반달가슴곰 출현이 잦아진 건 가을철 들어 곰의 먹이 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이사현 야생생물보전원 서식지보전부장은 “가을철은 곰이 몸집을 불리는 시기여서 먹이 활동에 집중하다 보니 주변 경계에 소홀해진다”며 “나무를 워낙 잘 타다 보니 나무 위로 올라가서 가지를 꺾어 도토리를 따먹거나, 둥지처럼 가지를 모아서 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리산과 인근 지역에는 90여 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4년 러시아에서 들여온 반달가슴곰 6마리를 지리산에 처음 방사한 후 20년 만에 100마리에 육박할 정도로 개체 수가 늘었다.
반달가슴곰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인간과 충돌할 우려가 커지자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7월부터 반달가슴곰이 목격되거나 피해 등 특이사항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안전 문자서비스를 발송해왔다. 지금까지 총 6번에 걸쳐 2371명에게 문자가 발송됐다. 여기에 지리산 종주 능선을 따라 베어벨(곰주의 알림종)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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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곰 두 마리 생포해 보호시설로
지난 6월 경남 산청군 금서면 지막리에서 반달가슴곰을 생포해 검진하는 모습. 사진 국립공원공단
울타리를 훼손하거나 벌통을 부수는 등 지속적으로 인간과 충돌을 일으킨 곰들은 생포해 보호시설로 보냈다. 지난 6월 경남 산청군 금서면 지막리에서 암컷 반달가슴곰 한 마리를 포획한 데 이어 지난달 6일에도 같은 지역에서 수컷 반달가슴곰 한마리를 생포했다. 이 두 마리는 양봉농가에 들어가 꿀을 훔쳐 먹는 등 농가에 지속적인 피해를 줬고, 결국 구례군에 있는 생태학습장으로 옮겨졌다.
지리산국립공원 탐방로에 걸린 반달가슴곰 경고문. 천권필 기자
국립공원공단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탐방객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말이나 공휴일 등에 정기적으로 경고 문자를 발송할 계획이다.
공단 관계자는 “반달가슴곰과 충돌을 피하려면 지정된 탐방로를 벗어나지 말고 종이나 방울 소리로 사람의 존재를 알리는 게 좋다”며 “곰의 흔적을 발견하거나 목격한 경우 야생생물보전원(061-780-9120)으로 신고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