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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시시각각] 얼마나 얕잡아 봤으면…

중앙일보

2026.09.15 08:18 2026.09.1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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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는 몇 가지 교훈을 남겼다. 나이가 젊다고 생각과 행동이 젊은 건 아니고, 욕망은 분별력을 흐리게 한다는 점이다. 깜짝 인사는 언제나 위험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더 가슴 아픈 건 성평등부 하대(下待·낮게 대우함)이다. 여성계 중량급 인사 A씨는 “대통령이 성평등부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됐다. 얼마나 얕잡아 봤으면…”이라고 한탄했다. 성평등부(옛 여성가족부) 장관 잔혹사 중 용혜인 편이 가장 강력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반복되는 성평등부 장관 잔혹사
지지율 반등 노리다 되레 추락
준비된 장관 원민경 유임 어떤가

그동안 전문성·도덕성은 뒷전이었다. 자리 떼주기, 국면 전환 목적이 앞섰다. 이 정부 초대 장관에 지명된 강선우 후보자는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그 전엔 김행 후보자가 ‘주식 파킹’ 의혹으로, 이명박 정부 때 이춘호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낙마했다. 식품영양학과 출신의 백희영 장관, 정치인 출신인 조윤선·강은희 등의 장관도 전문성과 거리가 멀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유승민·하태경 전 의원, 이준석 의원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워 남녀 갈등을 부추겼다. 성평등부의 올해 예산은 2조원, 나라 전체의 0.27%다. 너무 작다고 너무 함부로 대해 왔다. A씨는 “대통령의 지지율 이런 거 때문에 특정인을 장관에 앉히는 일은 더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더 떨어졌다. 특히 20대 여성은 폭락 수준이다.

2기 개각 명단이 나왔을 때 꽤 놀랐다. 재정경제부 등의 5개 부처는 그 배경이 짐작됐다. 그러나 원민경 장관은 의외였다. 경질인 듯한데 그럴 만한 사유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원민경은 최근의 성평등부 장관 중 평가가 나쁘지 않은 축에 든다. 지난해 8월 장관에 지명됐을 때 여성단체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자질과 역량이 충분하다”고 평했다. 그는 20년 이상 여성 인권 보호에 앞장선, 존경받는 변호사다(여성계 인사 B). 국가인권위 비상임위원, 한국여성의전화 이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장 등 활동이 말해 준다.

인사청문회에서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과 관련해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의 적절성을 두고 질문을 받자 원 장관은 “피해자를 다른 표현으로 지칭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분명히 했다. 윤미향 전 의원의 후원금 횡령과 관련, “대법원의 (유죄) 판결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자녀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전력, 차별금지법 등과 관련한 진보적 견해 등을 들어 야당이 부적정 의견을 달긴 했지만 여야 합의로 청문 보고서가 채택됐다.

원 장관은 여성계와 오래 끊겨 있던 다리를 잇는 등 무난하게 일을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관직을 걸고 임신중지약 미프진 도입을 밀어붙였고, 곧 방안이 나온다. ‘모두의 생리대’ 사업을 개시했다. 사건 발생 6일 만에 광주 여고생 피해 현장을 찾아 피해자를 추모하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최근에는 성폭력 피해자 정보 유출과 관련, 구글에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했다. 다만 촉법소년(형사 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14세 유지’로 결정했다가 이재명 대통령의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 그게 경질까지 갈 사안도 아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가 야당의 지적을 받았다.

청와대가 후임자를 찾고 있다. 인사 검증, 청문회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연말까지 국정감사, 내년 예산 확정, 주요 법령 개정 등 중요 일정이 이어진다. 바뀔 장관이 앉아있으면 조직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얘기다. 고기를 문 개가 개울을 건너다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본다. 고기가 더 크게 보이자 그걸 뺏으려고 입을 벌리다 물고 있던 고기를 잃게 된다. 후임자가 더 좋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탈이 날 수도 있다. 원 장관은 보수·진보 할 것 없이 그리 평이 나쁘지 않다. 검증된 사람, 원민경 유임을 고려할 만하다.





신성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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