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다. 2023년 10월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후폭풍에 대한 책임 말이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2023년 10월 12일 밤 보궐선거 패배를 인정하면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책임 소재를 가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난 회에 소개한 대로 김태우가 두 번에 걸쳐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을 받은 배경에 ‘윤심’이 작용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열린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김태우는 아무런 연고도 없던 강서구에 공천을 받았다. 공천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던 기존 지역 강자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용산 낙하산’을 당해낼 순 없었다. 다행히도 김태우는 새 정부 출범 직후의 ‘여당 프리미엄’ 덕택에 2000표 차이로 승리했다.
그러나 그는 문재인 청와대 재직 당시의 각종 폭로전과 관련해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1년 만에 직을 상실했다. 그랬던 김태우를, 형 확정 후 불과 두 달 만에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시키면서 그가 직을 상실했던 바로 그 자리에 다시 출마시킨,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주도한 이 역시 윤석열이었다. 이 모든 판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강행됐다는 사실을 여당 인사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직후인 2023년 10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 한 뒤 용산 어린이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이날 오찬엔 보선 패배 후 인적 쇄신 차원에서 새로 임명된 이만희 사무총장과 유의동 정책위의장도 참석했다. 사진 대통령실
하지만 감히 대통령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누군가는 억울하더라도 그 책임을 대신 지고 옷을 벗어야 했다. 무엇보다 당장 6개월 뒤 총선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은 했지만 여소야대의 높은 벽에 막혀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다음 총선에서 승리해야만 집권 중·하반기를 안정적으로 끌어갈 수 있었기에 여권엔 무엇보다 총선 승리를 위한 분위기 일신이 시급했다.
국민의힘과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선 치열한 눈치 보기와 책임 돌리기가 시작됐다.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으니 화살은 자연스럽게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로 향했다.
일이 터진 건 바로 그 무렵이었다.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후 두 달가량 지난 12월 초순의 어느 날.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 A의 휴대전화가 울기 시작했다. 화면에 찍힌 이름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